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길을 내주듯 고개를 내밀고 살랑살랑.
따사로운 햇살에 투영된 주황 단풍잎이 이슬을 머금고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발한다.

만산홍엽(滿山紅葉) 아름다운 단풍과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기암단애를 만나려는
등산객들로 지금 대둔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단풍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진풍경이라도
사람 냄새 한번 진하게 난다.

북쪽엔 금강산, 남쪽엔 대둔산이라 했던가.

시선이 닿는 곳 어디든 신비하고 웅장함이,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 앞에, 숨죽여 경건해지기까지 하는

대둔산의 가을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하늘을 어루만질 수 있는 봉우리’라 하여 우리 선조들은 대둔산 최고봉인 마천대를 높은 곳으로 여겨왔다. 신의 조화로 이룬 만물상을 보는 듯 정상에서 내주는 경치는 그야말로 황홀지경.

칠성바위, 왕관바위 등 갖가지 형상을 자랑하는 암괴들이 저마다의 웅장함을 뽐내고

소나무 분재를 옮겨놓은 듯 머리장식을 한 수려한 나무들은 멋스러움을 더한다.

저 멀리 크고 작은 능선들이 아스라이
선명한 산그리메가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울긋불긋 불붙는 산이 아니라 하여
기대 없이 올라왔다면

그보다 더 놀라운 선계(仙界)의 절경에 감탄하게 되는
바로 대둔산이다.

혹간 오색단풍의 화려함은 나뭇잎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라고도 한다.

단풍이 들고 지는 것이 그저 겨울을 나는 한 과정일 수 있겠으나
자연의 순리는 참으로 심오한 배움을 허락하는 듯하다.

제 몸을 완전히 태워야만 빛나고 아름다운 단풍의 절정기를 맞듯

내 삶의 전부라 믿었던 아집과 편견들을 내려놓을 때만이 새로운 희망이 찾아오는 법.

달력이 채 두 장도 남지 않은 요즘,
깊어가는 계절만큼 우리 인생도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가길 바래본다.

(영상취재: 천지일보 탐방팀, 사진: 이지영 기자, 글·편집: 김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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