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월봉서원의 주강당으로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9호인 빙월당에서 서원음악회가 열린 가운데 임서현씨가 고봉 기대승의 시 ‘석완월(저녁 달을 희롱하다)’와 박두진 시 ‘청산도’ 박이화 시 ‘가을밤’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팸투어 가보니
광주 월봉서원 일대 1박2일 진행
선비복 착용하고 유교문화 체험

청년유사 10여명 체험 도와
“초보단계지만 선비문화 느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영산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영정에 올라 울려 퍼지는 판소리 한 자락을 듣는다. 단풍이 낙엽 되는 늦가을은 이어지는 시조 낭송과 함께 춤을 췄다. 선비복을 입은 현대판 선비들은 만학의 공간이었을 서원에서 고즈넉한 경치와 더불어 국악과 클래식으로 풍류를 즐겼다.

관직에 뜻을 두지 않고 지방 서원에서 자연과 벗 삼아 후학을 양성하고 학문을 닦았을 선비들은 어떤 곳에서 살았을까. 선비의 하루를 현대식으로 재구성한 유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본지가 직접 체험해봤다. 15~16일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이 광주광역시 월봉서원 일대에서 진행한 ‘향교·서원으로 떠나는 여행 기세등등 여유만만 팸투어’다.

다소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 유교 전통문화. 주최 측은 시민들이 다가가기 쉽도록 전통적인 장소에 현대적 콘텐츠를 가미해 ‘조선-현대’의 간극을 좁히려 애를 쓰고 있었다.

풍영정에서의 시조 낭송과 판소리로 시작한 일정은 월봉서원에서의 선비복 착용으로 본격적인 체험에 돌입했다. 참석자들은 예를 갖춰 고봉 기대승 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에 올라 분향과 절을 올리며 옛 전통과 예절을 배웠다.

▲ 15일 월봉서원의 주강당으로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9호인 빙월당에서 서원음악회가 열린 가운데 남성 4중창 팀 친친클래식이 팝페라 곡들을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후 진행된 서원음악회에서는 가곡, 클래식, 국악 등 현대적 요소가 상당부분 가미됐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만남과 그들의 철학을 연극으로 재구성한 드라마판타지아도 눈에 띄었다. 월봉서원이 자리한 너브실 마을 주민들이 차려준 토속 음식 만찬에 대한 참석자들의 만족감은 컸다.

해가 저문 월봉서원에서는 전문 DJ가 LP판을 틀어주는 자경야담 음악 카페가 열렸다. 1박 2일로 꾸려진 일정은 이튿날 선비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무등산 역사길 탐방으로 마무리됐다.

성균관유교문화활성화 최영갑 사업단장은 “향교와 서원은 현재는 본래의 기능 중 일부만 남아 있다”며 “전통보존과 인성교육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요즘에는 향교와 서원을 많은 사람에게 개방해,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단은 전국 15개 향교와 서원을 인근 문화유적지와 연계해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 단장은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지만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였던 유교의 우수한 선비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관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 첫날인 15일 김인원 광주문화관광해설사가 풍영정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 후 판소리 한 소절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팸투어에서는 실제 향교와 서원 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뛰어든 ‘청년유사(靑年儒士)’ 10여명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월봉서원의 프로그램을 밴치마킹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성균관은 유교문화 활성화 사업을 위해 각 향교 서원에 소속된 만 60세 미만의 운영 실무자를 뽑아 ‘청년유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춘천향교 김교필 청년유사는 “향교 쪽만 다니다가 서원은 처음 와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행사가 다채롭다”며 “향교는 이 정도 (콘텐츠) 규모가 안 되는데, 프로그램이 상당히 잘 돼 있다”고 평가했다.

김 청년유사는 “향교도 입소문을 타고 체험하려는 사람이 늘어서 줄을 서고 있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향교는 규모가 작아서 숙박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변 문화시설과 연계해서 숙박해가면서 체험할 수 있는 방편이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주향교 한영희 청년유사는 숙박 문제를 지역사회의 문화시설과 연계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최근 양주 관아가 복원돼 내부 행각들을 이용해서 한옥 스테이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청년유사는 “현재는 한옥채 하나를 빌렸는데 너무 비싸다. 사업비 4분의 1이 한옥채 대여 비용으로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큰 강학이 없어서 아직은 숙제다”며 “현재는 2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데, 3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큰 강학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15일 월봉서원에서 성균관 여성유도회 광주광역시본부 회원들이 다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월봉서원은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1527~1572)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고봉 사후 7년 만인 1578년 낙암에 세워졌다. 서원은 조선시대 선비인 사림들을 중심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사설 교육기관이다.

본래 조선시대에는 전국에 관학인 향교가 설립돼 있었지만, 향교가 쇠퇴하고 사화 등 사건이 발생하면서 선비들이 박해를 피해 지방으로 내려와 교육에 힘쓰기 시작하면서 서원 건립이 활발해졌다.

고봉 기대승 선생은 광주 출신으로 16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다. 본관은 행주이며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峯),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그는 퇴계와의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비롯한 성리논변을 통해 보다 철학화 되고 심화돼 큰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후에는 월봉서원에 배향됐고, 주요 저서에는 ‘고봉집’ ‘주자문록’ ‘논사록’ 등이 있다.

▲ 16일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 환벽당에서 소리꾼이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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