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번째 규모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9.12경주지진이 일어난 지 약 1년만이다. 지진은 전국에서 감지됐고, 진앙지인 포항 일대는 외벽이 붕괴되고 건물과 땅이 갈라지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하필 수능 전날 일어난 지진에 수능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관계자들은 혼비백산했다. 수능생들의 관심사는 당연히 수능이 제대로 치러지느냐에 있었고, 교육부도 초기에 예정대로 수능이 치러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곧 나온 ‘수능 시 지진대응 지침’은 수능생들의 안전엔 관심이 없고, 부정행위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분을 샀다. 현장 상황 파악도 안 하고 수능을 본다고 공표했던 교육부는 저녁 늦게서야 수능생들 안전을 이유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교육부의 발표가 처음 겪는 일이라 잠깐 혼선을 빚었다면, 당일 포항지역 학생들이 폭로한 일부 교사들의 지진대응은 혀를 차게 만든다. 학생들은 교실이 흔들리자 지진이라고 말했지만, 교사는 아니라며 학생들을 저지했다. 그러나 곧 지진경보가 발령됐고 이내 밖으로 나가려했지만 다시 교사로부터 욕설을 들었고, 통제에 따르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간 학생들은 벌점 3점을 받았다고 하소연 했다. 일부 교사는 이미 혼자서 피신해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결국 지진 규모가 커져 교실 밖으로 나가려 할 때는 이미 교실 출입문이 뒤틀려 잘 열리지 않았고 좁은 복도는 밀려나오는 학생들, 울부짖는 학생들로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비록 일부 교사겠지만 일선 교사들의 이런 안전불감증과 학생들을 무조건 누르고 보는 강압적 태도는 아직도 교사들의 인권수준이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자기만 살겠다고 혼자 나간 교사의 사례는 ‘세월호 선장’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포항지진은 우리 사회가 수많은 재난을 당하고도 여전히 생명과 안전보다는 통제에만 급급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울러 재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재난대응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진을 기점으로 경보 시간 단축을 넘어 포항 바로 옆 울산 신고리 원전에 대형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포함해 복합적인 지진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특정 집단의 경우 천재(天災)가 인재(人災)가 되지 않으려면 인솔자의 바른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생명 중심의 재난대응책을 적극 교육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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