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정당정치가 3당 체제로 재정립 됐다. 바른정당이 2차 탈당사태를 거치면서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렸고 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가 됐다. 유승민 대표 스스로 밝혔듯이 바른정당은 이제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이대로 소멸될 것인지 아니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 존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유승민 대표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라 하겠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고민하라

유승민 대표가 선택할 몇 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가 국민의당과 연대 혹은 통합하는 길이다. 바른정당이 추구했던 ‘보수의 개혁’을 통한 ‘중도 보수’의 가치는 국민의당과 잘 어울린다. 국민의당이 ‘중도 개혁’의 가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당이 손을 잡는다면 ‘중도의 영역’이 더 확장될 뿐만 아니라 중도의 좌우 양 날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득권적 패권정치’에 반대하고 신당을 만들었던 ‘창당정신’도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두 정당이 손을 잡는다는 ‘상징적 가치’는 덤이라 하겠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입지가 너무 좁다. 갈 수 있는 길은 몇 있지만 그 길을 스스로 열어가기는 쉽지 않다. 동력이 약할 뿐더러 이미 독자생존의 가능성도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길을 열어주면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버틴 유승민 대표와 바른정당의 명분과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새로운 보수’는 물 건너가고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 중도의 확장과 ‘제3의 길’에 바른정당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국민의당이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진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인다. 그러나 당내에서 들리는 일부 갈등의 목소리는 안타깝다 못해 답답할 지경이다. 호남을 포기할 수 없다거나 또는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식의 논란은 소모적이거나 정략적이다. 국민의당 외연 확대가 호남 기반을 허무는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 호남은 어떤 호남이며 국민의당은 그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누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라고 말하는가. 바른정당의 대북정책 기조도 국민의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은 시대적 소산이며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유를 들어 연대나 통합에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자폐적 수구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물론 연대나 통합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칫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도 있으며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간다는 대의까지 훼손하거나 탈당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정으로 당을 위하고 제3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라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로 ‘더 큰 국민의당’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손에 쥐고 있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당장 통합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정책연대로, 다시 선거연대로 가도 좋다. 핵심은 중도의 영역을 넓히고 제3의 길로 함께 간다는 대의명분이다. 국민은 더 크고 더 높은 국민의당의 비전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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