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뮌헨’은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선수단 참사와 뒤이어 벌어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검은 9월단’에 대한 보복 암살작전을 다루었다. 당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선수촌에 잠입한 팔레스타인 게릴라 검은 9월단 단원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자, 여성인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수상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며 복수작전을 계획하고 모사드는 실행에 들어갔다. 유태인인 스필버그 감독은 유태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수천년 동안 누적된 증오의 악순환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근대 올림픽 사상 최대의 비극으로 기록된 뮌헨올림픽 참사로 희생된 이스라엘 선수단의 추모식이 진행된 기간 중 34시간 동안 올림픽을 잠정 중단하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올림픽을 전면 중지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 일시적인 중단조치를 내렸던 것이다. 어떠한 테러와 전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올림픽이 인류 평화의 제전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올림픽의 발상지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피아 경기 기간 중에는 다른 나라를 침범하면 그에 대한 응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올림픽 휴전’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올림픽 기간 중에는 전쟁하지 말 것’을 여러 도시국가들이 약속했던 것이다. 고대 올림피아 제전에서 영감을 얻어, 올림픽을 부활시킨 쿠베르탱은 IOC를 올림픽 운동의 감독기구로 창설하면서 올림픽 휴전의 정신을 올림픽 헌장에 포함시켰다.

1896년 제1회 대회를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한 이후 올림픽은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전쟁으로 인해 부득불 정상적으로 열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휴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3년 이후에는 하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2년마다 유엔총회에서 올림픽 주최국의 주도하에 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했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대한민국은 지난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올림픽 성공을 위한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하는 행사를 가졌다. 통상 정부대표 1인만 발표하는 게 관례지만 우리 측 요청에 따른 유엔의 결정으로 ‘피겨 여왕’ 김연아,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연사로 나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약속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세계 각국이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피겨 페어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대회가 임박한 내년 2월초까지도 참가의사를 밝히면 흔쾌히 맞아들이겠다는 게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와 IOC의 방침이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이 동서 대결로 ‘반쪽짜리’ 올림픽으로 갈라졌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동서화합으로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승화되면서 세계평화에 기여했듯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동북아 안정과 세계의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대회가 되기를 주최국인 대한민국뿐 아니라 유엔 회원국 모두 바라는 바일 것이다.

북핵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 휴전결의는 다른 어떤 올림픽 때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뮌헨올림픽 참사 이후 독일에서 아직까지 동·하계올림픽이 열리지 않고 있다. 올림픽은 단 한번의 테러나 안전에 관한 실수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제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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