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으로 주택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16일 경북 포항 북구 흥해 실내체육관(대피소)에 모여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담벼락 무너지고 건물엔 균열
이재민 “아직도 여진 느껴져”
불안한 마음, 잠 제대로 못 자

[천지일보=김빛이나, 남승우 기자] “벽에 금이 가고 집안에 물건들이 다 바닥으로 떨어지고 깨지고 땅이 내려앉듯이 ‘쾅’ 했다니까요. 그리고 계속 여진이 왔는데 전쟁이 난 것 같았어요.”

한반도에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로 역대 두 번째 강한 규모인 5.4 강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북구 지역은 16일 곳곳의 건물에 균열이 나고 무너진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황급히 집을 나온 이재민들은 지진 이후 계속된 여진으로 인해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대피소로 지정된 포항 북구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 속에서 겨우 집을 빠져 나왔다는 채분식(71, 포항 북구 흥해읍) 할머니는 “(집을 나설 당시) 집 안에 먼지가 뿌옇게 퍼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하며 “체육관에 와 있지만 아직도 여진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김모(77, 포항 북구 흥해읍) 할머니도 지진 발생 직후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할머니는 “집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데 너무 무서워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식탁 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기어서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포항여고에 다니는 이유정(19)양은 “처음 지진 이후 잦은 여진으로 인해 두렵고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아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대피소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 요양병원 간호사실 천정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리고 각종 집기가 쓰러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포항 흥해읍 소재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순애(52, 여)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집에 있었는데 가재도구가 거실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고 싱크대와 냉장고, 장롱 문이 다 열렸다”며 “음식을 담가뒀던 간장단지, 고추장 단지도 다 깨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지금 보면 건물들이 다 금이 가고 깨지고 망가진 곳 투성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말처럼 이 지역 곳곳에는 균열이 일어난 건물이 보였고 무너진 건물 잔해에 파손된 차량도 볼 수 있었다.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이 땅에 떨어진 곳도 있었다.

포항 북구에 위치한 흥해읍사무소도 곳곳에 균열을 보였다. 건물의 기둥과 벽의 연결부위는 심하게 갈라져 벽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모습도 보였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부분에도 균열이 발생해 금이 가고 벽 일부분이 갈라진 곳도 있었다. 바닥에는 벽에서 떨어진 잔해가 깔려 있었다.

인근 주택가의 담벼락은 본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게 아예 무너져 내렸다. 담벼락의 재료였던 벽돌은 담이 있었던 부분 주변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손길 이어져… 정부·정치계 인사도 현장 방문

지진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포항 지역 내에선 이재민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이어졌다.

체육관에 마련된 자원봉사 지원본부에서는 포항시 자원봉사단, 경북자원봉사센터, 흥해읍 새마을부녀회 봉사단, 대한적십자 경북지사 봉사단 등 각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에게 컵라면과 구호물품을 배급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서선희(63, 여) 의용소방대장은 “우리 집도 엉망이지만 우리 집은 나중에 치우면 되고 이웃이 먼저라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며 “이곳에서 봉사할 예정 봉사시간은 따로 없다. 어제도 밤을 꼬박 새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있었다. 포항시 자원봉사단 소속 정유정(19, 포항여고)양은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 실제로 눈앞에 보이니 너무 놀랍고 당혹스러웠다”면서도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지만 다른 분들도 다 같은 마음이실 것이란 생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 16일 경북 포항 북구 흥해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자원봉사 지원본부에서 포항시 자원봉사단, 경북자원봉사센터, 흥해읍 새마을부녀회 봉사단, 대한적십자 경북지사 봉사단 등 각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에게 컵라면과 구호물품을 배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포항시 자원봉사단 소속으로 30년 동안 봉사활동했다는 이계자(75, 여, 포항시 양학동)씨는 “많은 봉사를 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보게 됐다”면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봤을 때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고 또 이렇게 도와주면 나도 나중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연희(56) 대한적십자 경상북도지사 흥해 회장은 “봉사활동을 나온 회원 중에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네 분이나 있다”며 “모두가 집이 엄두도 못 낼 만큼 어질러져 있지만 다 제쳐두고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흥해 실내체육관에는 정부와 정치계 인사들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했다. 현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빠른 시일 내에 임시 거주 시설을 마련해 주민들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눈앞에서 땅이 갈라지는 모습을 본 포항 주민분들의 걱정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양산단층에 대한 조사도 잘해야 할 것이고 특별히 관심을 갖고 저희도 노력할 것”이라며 이재민을 위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포항 지역의 지진 피해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도록 하겠다”며 “당 차원에서는 포항 지역과 국회에 특별지원대책팀을 구성해 원상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건물 외벽 벽돌이 떨어져나간 한동대학교 창조관 모습. 16일 오후 현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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