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뒤 무너진 건물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가운데 교사들이 대피를 막고 대피한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벌점을 줬다는 폭로가 SNS에서 나와 공분이 일고 있다.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해 전원 대피를 시키는 교사들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아직도 일부 교사들의 안전불감증과 더불어 인권 의식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진이 나서 운동장으로 대피했다가 벌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글을 올린 A씨는 담임(교사)이 교무실 갔을 때 지진이 나서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옆 반 선생님이 한 말들이라며 “다시 들어가 XX들아” “반장, 담임 선생님 찾아와” “나보고 어떡하라고 XX 나오면 벌점이야” 등을 나열했다.

A씨는 또 “선생님 말을 무시하고 운동장에 나간 우리는 교사 지시 불이행으로 벌점 3점을 받았다”며 “다시 들어온 교실은 천장이 내려 앉았다”고 말했다.

한 포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지진이 발생해 학생들이 대피하려고 하자 교사가 지진이 아니라고 저지하면서 자습을 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뒤 주민들이 대피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고3 학생이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있다. (출처: 연합뉴스)

B씨는 이날 자신을 ‘포항에 사는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우리 학교는 위치가 외진 곳에 있고 시설이 좋지 않아 수능 시험장으로 배정받지 못했다”며 “이에 조기 하교 대신 점식 식사 후 자습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약한 지진을 느낀 4층 학생들이 대피하기 위해 복도에 나왔으나 선생님들은 교실에 들어가라며 지진이 아니었다며 가방까지 챙긴 학생들을 다시 교실에 욱여넣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측에서) ‘이는 지진이 아니다. 조용하게 자습을 진행하기 바란다’는 방송을 보냈고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5.4의 지진이 났다”며 “4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친구들은 흐느꼈고 넘어지고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우측에 위치한 계단은 폭이 70㎝ 정도 된다”며 대피하는 길 역시 좁아 ‘아비규환’이 아닐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B씨는 “또한 우리는 체육관, 무용실, 컴퓨터실이 모두 건물 밖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다”며 “문고리를 돌려야 문이 열리는 컴퓨터실에 있었던 학생들은 문이 열리지 않았단다. 벽이 갈라져서 연기까지 나는 걸 보고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B씨는 또 작년 경주 지진 여파 때에도 “선생님들이 무려 몸으로 우리를 막아섰다”며 “울면서 운동장으로 대피하려는 아이들을 잡아 혼내며 다시 교실로 보냈다”고 폭로했다. 이어 “학부모 민원 전화가 있었는지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직접 사과하셨지만, 이후 지진이 일어났을 때엔 ‘우선 앉아 있으라’를 반복했다. 우리는 안다, 앉아 있기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우리보다 더 배운 사람들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보다 더 일찍 운동장으로 대피한 선생님도 있었다. 지진이 일어났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학생들을 무시한 채 '자습을 진행하라.'고 얘기했어야 했나. 그저 ‘우선 대기하고 머리를 보호하라’고 얘기해 주기만 했어도 화가 덜 났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어른으로서 미안하다. 모두 놀랐을텐데 빨리 진정되기 바란다” “교육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런 학교는 지도 선생 교장, 교육감 모두 징계해서 다신 이러지 못하게 해야한다” 등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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