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막하는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붉은 악마의 순수하고 열띤 응원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 붉은 악마의 조직적이고 열정적인 응원은 월드컵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한국의 붉은 악마는 12번째 선수이자, 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강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2002년 당시 붉은 악마의 응원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또 하나의 힘이었음을 우리와 세계가 인정했다.

붉은 악마 서울지부 한승희 부지부장에 따르면 “서울시가 1년 전에 대기업과 월드컵 기간 동안 시청 앞 광장 사용 계약을 맺는 바람에,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응원전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기업 마케팅에 이용되는 응원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붉은 악마는 어렵게 섭외한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응원을 펼친다고 밝혔다. 서울의 붉은 악마는 대기업 홍보 마케팅 논란 속에 어렵사리 장소를 잡은 반면, 전국 10개 자치단체는 붉은 악마와 협력해 15개 장소에서 거리 응원전을 하기로 이미 협의를 마친 상태여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공식 후원사였던 현대자동차는 1000억 원을 투자해 약 6조 2200억 원, 400억을 지출한 KT는 5조 원, 100억 원을 투자한 KTF는 1조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달성했다. 기업이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도 월드컵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이런 엄청난 광고효과 때문이다.

그 어느 곳보다 순수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이, 특정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이용된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기업의 발 빠른 행보에 별생각 없이 광장 사용을 허락했던 서울시는 최근 해당 기업에 월드컵 응원 기간 중 자사 브랜드와 관련된 어떤 홍보도 불허한다고 통보함으로써 해당 기업도 갈등에 빠져 있다.

해당 기업과 공무원은 온 국민이 월드컵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붉은 악마의 순수하고 열띤 응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어야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부,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질 붉은 악마의 응원을 기다리는 국민을 위해 지금이라도 해당 기업은 광장을 붉은 악마에게 돌려줘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기업이라는 더 큰 광고효과를 낳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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