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피해서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족 여성들이 젖먹이 아기들과 국경부근 쿠투팔롱의 임시 수용소에서 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울=연합뉴스) 미국의 홀로코스트(유대인대학살) 박물관이 1년여의 현지 조사 끝에 미얀마군에 의한 로힝야족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15일 공개된 조사보고서에서 동남아 지역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와 함께 지난 1년간 벌인 조사를 통해 미얀마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에 대한 수많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0여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주민과 구호요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미얀마 보안군이 2016년 10월부터 올 8월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이 광범위한, 조직적인 폭력 군사작전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보안군이 로힝야족이 거주하는 북부 라카인주에 사전 계획된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100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인접 방글라데시로 피난해야 했으며 미얀마 보안군은 마을을 공격해 대량 학살과 함께 집단 강간과 약탈을 자행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보고서에 나타난 범죄행위는 미얀마 정부와 국제사회가 민간인을 대량 잔학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유엔은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학살을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규탄했으나 제노사이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제노사이드는 국제사회에 제노사이드협약에 따라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법적 용어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겨냥해 자행한 일련의 행위들이 제노사이드 법의 상당수 조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 제노사이드 방지센터 프로그램 책임자 안드레아 기틀먼은 “자행되고 있는 잔학행위들은 범죄를 중단시키고, 앞으로의 잔학행위를 예방하고, 가해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 조사를 벌인 포티파이 라이츠의 창설자 매튜 스미스는 로힝야 주민들이 ‘존재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아직 제노사이드에 대한 최종 판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나타난 증거에 비춰 제노사이드 범죄와 제노사이드 방지 등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국제사회에 로힝야족에 대한 대량 잔학행위 징후들을 경고해왔으며 충분히 사전 예방할 수 있었으나 국제사회가 대응에 실패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도덕적 해이’라고 개탄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포티파이 라이츠는 미얀마군 지도자들에 대한 선별적 제재와 무기 금수, 그리고 유엔 안보리가 로힝야 학살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 등을 촉구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