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키드냅’ 스틸.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미옥’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김혜수
아름답고 잔인한 나현정 분해
아들 위해 조직원에게 칼 겨눠
‘양날의 검’ 모성애 설정 아쉬워

할리 베리
납치차 뒤쫓는 맨몸액션 펼쳐
아이 잃은 분노 완벽하게 표현
추격 반복·지루한 전개는 답답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요즘 영화판에서 보기 드문 여성 배우 원톱 주연의 영화 두편이 11월에 개봉한다.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과 ‘키드냅(감독 루이스 프리에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9일 개봉한 영화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 분)’과 그녀를 위해 칼을 든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 분)’,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비리 검사 ‘최대식(이희준 분)’ 등 서로 다른 욕망을 좇는 세 사람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누아르 액션 영화다.

22일에 개봉하는 영화 ‘키드냅’은 별다를 것 없이 순조롭던 어느 날 놀이공원에서 놀던 ‘카를라(할리 베리 분)’의 6살 난 아들 ‘프랭키’가 납치범들에게 유괴당하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담은 감성액션영화다.

예고편이 공개되면서부터 ‘걸크러쉬(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진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 넘치는 두 영화의 주인공 김혜수와 할리 베리의 변신이 기대를 모았다. 이에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두 영화를 비교해봤다.

▲ 영화 ‘미옥’ 스틸(위).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키드냅’ 스틸.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男 전유물이던 누아르·추격 액션 고정관념 깨져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누아르와 추격 액션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고정관념이 깨졌다. ‘미옥’은 여성 중심 누아르에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영화다. 그 중심에는 김혜수가 있다. 김혜수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완벽한 비주얼을 뽐내며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서늘함과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관객을 누아르의 세계로 인도한다.

‘키드냅’은 엄마판 ‘테이큰’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는 공황에 빠졌던 카를라가 본능에 의지한 채 아들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24시간을 다뤘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엑스맨’ 시리즈에서 돌연변이 ‘스톰’ 역할을 받아 국내에 얼굴을 알린 할리 베리는 이번 영화에서 화끈한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골든아워(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 안에 아들을 찾기 위해 카를라는 모든 것을 내걸고 뛰어든다.

▲ 영화 ‘키드냅’ 스틸.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미옥’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극명하게 다른 모성애 말해

두 영화는 같으면서도 다른 모성애를 그린다. ‘미옥’은 피비린내 나는 범죄조직세계에서 아들을 지켜내려는 나현정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나현정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행동대장 임상훈과 갈등한다. 나현정의 마음속엔 아들이 악행을 저질러온 자신과 다르게 살기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가족같이 지낸 조직원에게 칼을 겨누는 이유도 모성애 때문이다.

그러나 모성애라는 설정은 양날의 검이 됐다. 강한 힘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주인공에게 흔한 모성애와 사랑을 연결 지어 영화의 많은 장점이 감소됐다. 게다가 전사가 없었던 탓에 나현정의 모성애조차 확실히 그려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키드냅’에서 모성애는 중요한 요소다. 엄마 카를라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모성애이다. 카를라는 추격 과정에서 차사고로 다치고, 넘어지지만 사라진 아들을 찾겠다는 희망으로 곧 다시 일어선다. 자녀가 위기나 위험에 처했을 때 나오는 부모의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 것이다. 동시에 영화는 아동 유괴나 납치는 보편적인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할리 베리는 떨리는 목소리·손, 흐려진 판단력 등 눈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분노를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는 필모그라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뜨거운 모성애를 연기해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 영화 ‘미옥’ 스틸. (제공: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키드냅’ 스틸.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여배우들, 걸크러쉬 액션 선보여

김혜수는 ‘미옥’에서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스턴트맨들과 일대다 액션을 비롯해 10㎏에 달하는 장총을 들고 펼치는 강도 높은 총격 장면 등 고난도 액션을 선보였다. 촬영 전부터 액션 연습을 했던 김혜수는 “액션이 어느 순간부터는 춤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했던 탓일까. 김혜수의 액션은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고, 그만큼 나현정의 역할도 크지 않았다. 별다른 액션과 대사 없이 모성애와 액션 모두 잡은 영화 ‘차이나타운’의 ‘마우희’와 비교되는 점이다.

‘키드냅’에서 할리 베리가 보여주는 건 추격 액션이다. 할리 베리는 고속도로에서 납치범의 차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강렬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특히 그는 아이가 탄 납치범의 차에 몸을 던지는 고난도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영화의 2/3를 차지하는 자동차 추격 액션 장면은 반복되는 영상과 지루한 전개 덕분에 고구마 몇 개를 목구멍에 쑤셔 넣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약점이 많음에도 김혜수와 할리 베리의 진가는 빛을 발한다. 또 남성 중심으로 굴러가는 영화판에서 뛰노는 여배우들의 활약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더 완성도 높은 걸크러쉬 영화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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