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장남 김하나 목사에게 사실상 교회를 세습하는 위임식이 열린 12일부터 13일 오후까지 여당 소속의 문모 국회의원 명의로 된 축하화환이 명성교회 구 성전 정문 앞에 놓여 있는 사실이 본지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재정 1000억대의 초대형교회로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세습 논란이 일고 있는 명성교회가 이번엔 ‘가짜 국회의원 화환’ 논란으로 뜨겁다.

지난 12일 일요일 명성교회는 김삼환(72) 목사를 원로목사로, 장남 김하나(44) 목사를 2대 담임목사로 인정하며 사실상 교회를 세습하는 위임식을 진행했다. 수만명의 교인들은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인정하며 선서를 했다. 대형교회의 세습의 화려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예배당 앞은 각종 화환으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여당 소속의 문모·이모 국회의원 명의로 된 축하화환은 위임식이 끝나고도 철거되지 않았고, 13일까지 명성교회 구 성전 정문 앞을 지켰다.

당시 현장을 본 기자는 부자세습으로 논란을 빚는 교회에 화환을 보내는 ‘정신없는(?) 국회의원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해당 국회의원이 명성교회 측에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4일 오후 해당 의원 보좌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성교회) 신도 중 누군가가 보낸 것으로 추측된다”며 “우리는 교회나 종교단체에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 왜냐면 (요청하는 여러 곳에) 다 보내야 한다. 어딘 보내고 안 보내고 할 수 없다. 저는 (국회의원이 종교단체에 보낸) 화환을 처음 봤다”며 명성교회 앞 화환에 해당 국회의원 이름이 명기된 것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명성교회 관계자는 “진짜 국회의원에게 화환을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라며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교회세습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는 명성교회가 왜 ‘가짜’ 국회의원 화환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뒀을까. 생각해보면 늘 정권에 빌붙어 입지를 살려온 한국교회의 ‘정교유착’ 습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한국교회가 정치권에 의지하는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개신교 보수진영은 역대 정권의 주요현안과 발맞추기를 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전까지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등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박근혜 정권을 옹호해왔다. 그러다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유력 대선주자로 지목되자 당시 한기총 이영훈 회장은 곧바로 박 전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섬과 동시에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에 나섰다. 이 때문에 한기총은 ‘역시 정권 따라 움직인다’는 비난을 받았다.

교인들의 피 같은 헌금으로 지어진 교회는 담임목사의 사유재산이 될 수 없다. 특히나 종단 하나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재정 규모를 가진 명성교회를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사유재산처럼 물려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이를 비판하는 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날 위임 예배 때에도 한 신학생이 세습 반대를 외치다가 강제로 끌려 나가기도 했다. 이처럼 뒤숭숭한 교회 내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나름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명성교회가 힘 있는 여당 정치인을 앞세운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명성교회 ‘가짜 국회의원 화환’은 한국교회가 얼마나 종교의 본질을 떠나 정치와 하나 되기를 애써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이는 ‘돈과 권력과 명예를 위해’ 정권에 빌붙어 온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정교유착 습성이 낳은 결과라 여겨진다. 나아가 성도를 기망하고 신앙인의 양심을 저버리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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