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포브스 코리아가 최근 국내 부자 50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가운데 19명이 자수성가형 부자였다고 한다. 무려 38%를 차지할 만큼 꽤 큰 비율이다. 중요한 점은 자수성가형 비율이 매년 꾸준히 상승세를 이뤄왔다는 점이다. 자수성가형 부자의 선전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상속형 부자와 산업 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하튼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좋은 징조라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다. 그 근거로 미국이 63%, 일본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우리가 부의 세습을 관행처럼 받아들이는 반면, 일본·미국은 부의 세습을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실 부의 세습 자체가 우리 경제의 방향성, 불합리성과 혼란스러움을 야기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영능력을 인정받음으로써 경영권을 승계해 존경받는 CEO가 되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가. 그럼에도 우려하는 것은 신분 세습이 자수성가를 퇴행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자수성가형 부자는 부모의 영향력이 아닌, 평범한 서민이 스스로 부를 일궈냈기에 존경의 대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자수성가형 부자라고 해서 모두 정도를 경영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부자가 많았다. 산업기반이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노력에 따른 자수성가형 부자 또한 가능했다. 그래서 물려받은 것이 없는 서민도 누구나 부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자수성가형 부자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여겼다. 부의 대물림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졌으며 또 이러한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들의 의식 또한 고착화돼 있었다. 국내 모 연구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0%가 노력해도 계층상승이 힘들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신분 상승과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님을 적시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 그나마 경제와 신분 상승의 장벽이 조금씩 철폐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용기가 생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비율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수성가형 부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정보기술, 건강, 유통 등의 관련 기반 사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컴퓨터게임, 화장품 등 건강관련 분야의 호황이 자수성가형 부자를 견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 세계에 1조원 이상을 가진 부자가 1900여명에 이른다. 특이한 점은 이들 가운데 65%가 자수성가형이라는 점이다. 자수성가형이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고용 창출의 일환이 될 것이다. 대기업만 거대해지면 불평등이 고착화돼, 계층 간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평등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자수성가형이 양산되도록 하는 정책 육성이다.

많은 에너지를 얻고 또 그 에너지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자수성가형 기업 등에서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미래는 자수성가형 기업을 지향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안정, 기업의 역동성, 국운융성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