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한반도에 봄다운 봄이 올까. 지금껏 도발과 제재라는 강펀치를 주고받은 북한과 미국이 아닌가. 전쟁위기까지 고조됐던 북핵 국면에 극적인 터닝포인트가 마련될까.

위기의 한반도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긴장과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미 항모 1척만 해도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국가급 국방전력이다.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 니미츠함 등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3척이 가까이 왔다. 14일까지 동해 한국작전구역에서 역대급 한·미, 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한국 해군이 미 항모 3척과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 항모 3척 동시 훈련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단호한 군사적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은 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미국의 핵전쟁 연습과 협박은 우리의 선택(핵개발과 대미 강경책)이 올바른 것이었고 끝까지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모와 함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를 상시 출격시키며 미국이 기습 공격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제,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한 북한이었다. 핵·경제병진정책은 김일성·김정일 유언정치의 핵심이다. 때문에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고 핵을 탑재해 미국 워싱턴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랬던 북한이 9월 15일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쏜 뒤 60일째 별 움직임이 없었다. 과연 이 60일이 핵·미사일 개발·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기간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북핵·미사일 실험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에는 의외의 반사적 효과도 안겨줬다. 임기를 마치느냐 못 마치느냐 할 정도로 국내 정치적 상황이 녹록치 않았던 트럼프였다. 미국민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위상을 강화하는 정치적 효과를 누렸다. 한·일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무기를 구입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아시아순방을 마친 트럼프는 곧 중대성명을 발표한다. 성명내용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포함될 것인가가 주목된다. 아베도 지난달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압승을 이끈 후 탄력을 받아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바꾸기 위한 개헌까지 추진하고 있다. 미·일은 북핵문제를 지렛대로 해 작금 떠오르는 거대공룡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에 중국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 항모 연합훈련에 대응해 대규모 해상실전훈련을 벌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중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한다고는 했지만 대북 송유관을 걸어 잠궈야 한다는 트럼프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3국군사동맹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미·일 사이에도 미묘한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의 한·중·일 순방 중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했다. 14일까지 딱 60일간의 숨고르기였다. 트럼프는 “북한의 특정한 어떤 움직임(certain movement)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및 미국 내 매파들과 의견 대립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 국무부는 ‘60일시계’를 계기로 북·미대화가 임박한 듯한 분위기이다. 틸러슨 장관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로 본다고 언급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과 공존하는 올바른 선택을 취한다면 출구(way out)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도 눈길이 쏠린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과 물밑접촉을 이어온 윤 대표는 14일 방한했다. 6자회담 재개 등 분위기 반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변수가 있다. 유엔은 제72차 유엔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병행해 통일부가 14일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개최하려는 논의를 위한 남북대화도 제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만의 뜬금없는 희망사항일까. 차제에 ‘평창’이 전기(轉機)가 돼 한반도를 휘감고 있는 차갑고 암울한 냉기가 가셨으면 한다. 북·미대화와 함께 남북대화도 재개돼야 한다. 남북정상 간 만남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남북정상회담이 속히 개최돼야 하겠다. 그리하여 남북화해와 협력은 물론,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주춧돌을 쌓았으면 한다. 눈물로 밤을 지새고 있는 남북이산가족이 상봉하고 남북한이 경제·문화협력 등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는 따뜻한 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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