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남았다. 수능의 압박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단 한 번의 시험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다시피 하는 한국의 입시제도가 낳은 병폐다. 수능이 주는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큰 병이 생기거나 수능시험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능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능을 1학기말경에 한번, 2학기 중간에 한번, 두번을 봐서 본인에게 유리한 점수로 대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혁신도 논의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12년간의 공부를 단 한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은 수험생에겐 너무 가혹한 처사다.

2002년 수능시험에 수험생 학부모로 아이를 수능 시험장까지 데려다 줬다. 정문을 지나 시험장까지 따려가려는데 아이가 뒤돌아서 “아빠! 그만 돌아가세요. 지금부턴 제 인생이에요!”라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아이가 대견스러워 등을 한번 두드려 주고 뒤돌아 왔다.

그 해 수능 1교시 언어영역은 수험생들이 ‘멘붕’에 빠질 정도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무척 어려웠다. 사교육에 의지해 공부해 온 학생들은 난이도가 높은 언어영역 시험에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고 당황해 2, 3, 4교시까지 영향을 미쳐 낮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필자의 아이는 1교시 언어영역에서 고득점을 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아이는 언어영역에 대해 “저도 어려웠죠. 그래도 침착하게 생각하며 답을 찾으려 노력하니 답이 보이던데요”라고 대답했다.

평소 모의고사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는 하락하고 모의고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아이의 점수는 큰 폭으로 상승해 최상위권 점수를 받아 명문대에 진학했다. 아이는 고등학교 때 사교육을 일절 받지 않았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근처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스스로 공부했다. 수학은 늘 1등급이었는데 “수학을 잘하는 비결이 뭐냐?”고 질문하면 “수학은 많은 양을 푸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한 문제라도 안 풀리면 풀릴 때까지 붙잡고 풀어서 원리를 깨우쳐야 응용력이 생겨요”라고 했다.

수능시험이 이틀 남은 지금은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차분하게 정리해야 할 시기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도록 애쓰는 연습도 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 시험의 특성상 대부분의 수험생은 긴장감이 고조돼 호흡곤란이 오거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기기도 한다. 부담감으로 평소보다 문제 풀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실수, 시간 부족으로 평소보다 낮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도 많다.

학부모의 자세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성적을 얻으라고 평소 먹지 않던 보양식을 먹이거나 공부를 강요하면 오히려 컨디션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공부하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위로를 목적으로 자주 말을 걸면 부담감이 증대된다. ‘널 믿는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며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종교적인 기원도 가능하면 자녀 모르게 하는 것이 좋다. 수험생은 부모의 그런 행위를 자신에 대한 기대로 받아들여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지켜보며 부족한 부분만 채워주면 된다. 너무 수험생 아이 위주로 집안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자연스러운 게 좋다. 유난스러운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 친척이나 지인들도 시험 전에 응원의 전화나 메신저를 자제해야 한다.

수능 당일엔 평소에 좋아하는 반찬과 국, 응원의 메모를 넣어 도시락을 싸주면 아이에게 큰 힘이 된다. 평소 안 먹던 비싼 음식을 싸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면 아이가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게 되고 긴장하게 되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가장 힘이 되는 격려 설문에서 ‘너는 잘 할 수 있어’가 1위였다. 당일 컨디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 고른 영양분 섭취와 마인드 컨트롤을 통한 긴장 완화 등을 통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 수험생 모두가 고득점 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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