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인처럼 편견이 강한 사람들도 없다. 낯선 상대방의 생김새, 피부색깔, 옷차림, 행동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과 함께 자기만의 철학을 확고히 펼친다. 특히 우리 사회에 거주 중인 외국인노동자나 피부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보며 친절보다는 무시와 무관심, 편견을 가진다.

다문화사회(Multicultural society)라는 표현은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 국가나 한 사회 속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다.

현재 국내에는 130만명의 외국인 거주자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에서는 한국사회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문화가정’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일컫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적으로 들리며, 우리와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이미지로 그들을 국한시켜 우리와 공존할 수 없는 더욱 멀게만 느껴지게 되는 존재들로 여겨지게 한다. 사전적 의미로 ‘다문화가정’은 서로 다른 인종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중점으로 하여 혼혈인가족 등으로 불리던 국제결혼가족의 새로운 개념이다. 서로 다른 인종의 부모가 만나 결혼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는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그들의 자녀는 한국인인가. 지금 한국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연 그들을 마주하고 포옹하고 편견 없이 미래를 우리와 함께 나아가고 있는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 거주 중인 외국인주민에 대한 편견이 심각하다. 외국인노동자는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 혹은 잠재적 범죄자, 다문화가정 자녀는 우리 사회에 갈등을 가져올 낯선 대상 혹은 어울리기 힘든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한국에 가정을 꾸리기 위해 넘어온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 또한 크다. “못사는 나라에서 넘어와서 봉 잡았다”는 의식이 팽배하고 그들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JTBC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다. 마치 다문화 시대에 맞게 트렌드를 쫓아 각국에서 넘어온 국제 청년들의 명확하고 색깔 있는 답변과 생각을 토로하는 것 같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포기하고 여성작가나 시청자 선호의 꽃미남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토론식 토크는 분명 한계가 크게 보인다. 왜 필리핀, 베트남, 네팔, 캄보디아 청년들은 토크쇼에 보이지 않는가. 이것도 젊은 여성 작가들의 선택인가. 필자와 함께 일하는 마흔을 넘긴 미혼 여자 교수는 ‘비정상회담’의 한 외국인 청년을 지목하며 그 친구가 이상형이며 그 친구 때문에 프로그램을 본다고 말한다. 그 여자 교수가 참 측은해 보였다.

비정상회담은 보여주기식 겉치레에 국한돼 있는 예능을 개선해야 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다문화사회 프로그램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꽃미남 위주의 토크를 중단하고 좀 더 다양한 인종의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해야만 한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정’ 혹은 ‘다문화가족’이라는 편견된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국민들의 의식을 개선시키는 캠페인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글로벌화, 서구화는 세련돼 보이지만, 한국 국민들 머릿속에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는 무시와 무관심, 비서구화로 이미 인식돼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 없는 다문화 사회구현’을 통해 그들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늘리고 우리가 다문화 수용을 준비할 교육을 실시하는 측면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이라는 타이틀을 수정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겉치레적인 교육과 캠페인으로는 한국인이 오랫동안 그들을 대하는 인식과 매너, 협력적 수용은 기대하기 힘들다. 공무원들의 의식개선이 먼저 시급해 보인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단어 ‘다문화가정’, 그들은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상호존중에 기반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함께 나아가는 안정적 성장과 신뢰가 있을 때 한국사회는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인의 편협된 의식을 개선하고 다문화사회를 위한 복지와 교육시스템 혜택 제공, 취업진로 확대를 위한 인식변화에 초점을 맞춘 교양프로그램이 다양한 매스미디어에서 진행돼야 한다. TV 프로그램 역시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단계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들을 위한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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