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국가연합10개국 정상회의는 같은 날 한국 미국 등 여러 대화관계국과 합동 정상회의를 잇따라 갖는다. 13일 제5차 미-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11명의 정상들이 '가족' 촬영에 임하고 있다. 왼쪽부터 말레이시아 라작 총리, 미얀마 수지 국가자문역, 태국 찬오차 총리, 베트남 푹 총리, 트럼프 미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브루나이 볼키아 술탄, 캄보디아 훈센 총리, 인도네시아 위도도 대통령 및 라오스 시소리쓰 총리 등. (출처: 뉴시스)

세일즈 외교로 ‘무역’ 성과 얻어
북한 문제 ‘비판·절제’ 연설 호평
미얀마 등 인권 침해 언급 없어
“미국 보편적 가치엔 침묵 지켜”

[천지일보=이솜 기자] 14일 마무리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공과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어떤 나라에 가던 세일즈 외교 압력을 넣으면서 가시적인 무역 성과를 도출하고, 순방 최대 의제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절제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침묵을 지킨 것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아시아 순방에서 트럼프는 무역, 테러리즘,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터프한 발언에 주로 집중한 반면 이 지역의 만성적 인권침해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버마(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논란은 물론 방문국인 베트남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침묵한 것이 그 사례로 지목됐다. 베이징에서는 권위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칭찬하기 바빴다고 일침을 놨다.

특히 초법적인 ‘마약과의 전쟁’으로 정부 공식 집계로만 3000명 이상이, 비공식 집계로는 90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나타난 필리핀에서 이 문제를 눈감은 데 비난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우리는 정말 좋은 관계”라며 친분을 쌓기만 하고, 무수한 청소년까지 희생된 필리핀의 유혈 마약단속 논란에 대해선 공개 언급을 삼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40분에 걸친 양국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잠깐 나왔다”고 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론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필리핀 정부 측에서는 “정상회담에서 인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백악관 입장과 배치되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인권침해 문제를 공개적으로 강조해온 전임자들의 행보를 따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백악관의 한 참모는 WP에 통상 인권 문제는 정상들과의 사적 대화에서 언급하는 게 관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 중 몇 차례 공개 언급한 적이 있다고 언론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한 내용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절도죄로 체포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선수들의 석방을 시 주석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즉 순방 중 북한과 자국민 인권 문제만 거론한 셈이다.

백악관의 다른 관료는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향하던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버마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며 “여러 동남아 정상들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까지도 아직 공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필리핀의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리처드 헤이다리안은 WP에 “트럼프 때문에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샌프란시스코대학 산하 유챙코 필리핀 연구소의 제임스 자르사디아스 소장은 “트럼프가 두테르테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인권은 다루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순방은 북한에 맞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가 의회 지도자들, 유엔, 국제앰네스티(AI) 등을 따라 미국의 가치로 여겨지는 것들을 지지할 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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