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서영은 기자] 거룩한 수도복을 입은 수녀가 침대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춘다면 믿을 수 있을까?
뮤지컬 <넌센스>는 세상의 화려한 것을 다 끊고 제각기 다양한 이유로 수녀가 된 5명의 수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미 8000회의 공연을 치른 <넌센스>를 모르는 이는 없을 터. 1991년 6월 8일 초연 이후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넌센스>는 내년이면 꼬박 20살이 된다. 19년 동안 독창적인 시나리오 하나로 뮤지컬 팬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폭소와 재미만으로는 예리한 관객들의 마음을 산 것은 아닐 것이다.
2010년 뮤지컬 <넌센스>에서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은 바로 ‘즉흥 연기’에 있다. “여러분 좀 웃어주세요”라는 대사로 관객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고 객석에서 들리는 관객 소리에 반응하는 배우들의 즉흥 연기는 관객을 폭소케 한다.
공연은 엠네지아 수녀가 관객에게 이벤트 당첨 선물을 주면서 시작된다. 이벤트에 당첨된 관객들에게 말도 안 되는 문제와 답을 내며 웃음을 유발한다. 설정이 아닌 돌발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제 상황에서 수녀들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을 휘어잡는다. 이런 장면은 공연이 다 끝난 후에나 볼 수 있는데, 조금 생소했지만 관객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5명의 수녀는 식중독으로 죽은 4명의 다른 수녀들의 장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을 한다. 이렇게 열게 된 공연이 바로 <넌센스>다. 5명의 수녀들은 자신들이 수녀가 되기 전의 일들과 공연 당일 수녀들에게 일어난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연출한다.
그동안 넌센스는 50~60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번엔 20대다. 젊은 층에겐 더욱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다. 하고픈 것이 많은 젊은 수녀들의 이야기는 더 큰 웃음을 자아낸다.
무대에 수녀들은 객석으로 하나 둘 뛰어나와 박수를 유도하고 관객을 일으켜 세워 공연의 집중도를 높인다.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시나리오에 없는 다양한 춤과 개인기를 펼치는 모습은 이번 작품만의 매력이다.
극중 최고 폭소장면이라면 근엄하고 거룩한 원장 수녀가 ‘뽕’에 빠진 모습을 꼽을 수 있다. 원장 수녀는 뽕에 취해 의자와 침대 위에 올라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천주님도 함께 춤춰요~” “오빠~나 어때~”라는 대사로 공연장을 금세 웃음바다로 만든다.
뮤지컬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뮤지컬 <넌센스>의 또 하나의 매력은 그 안에 담겨 있는 세상 속 풍자를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한다는 데 있다. 5명의 수녀들은 거룩했던 전통 카톨릭 예배와 달리 간단해지고 가벼워진 현재를 비교하며 변질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수녀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가 잊고 지내는 소중하고 고귀한 옛 풍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관객들은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8000회라는 공연기록과 19년의 시간이 그냥 지나간 세월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5명의 수녀들이 왜 수녀가 됐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뮤지컬 <넌센스>를 보라. TV 코미디보다 훨씬 여운 있는 뮤지컬 코미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