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하도급법·표시광고법은 폐지유보
과징금 2배↑, 손해배상제도 확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갑을 관계에서 을(乙)이 당한 억울함을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검찰이나 법원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다. 공정위가 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유통3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전속고발권)을 폐지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7년 만이다. 공정위만 할 수 있던 고발권이 사라지면서 누구나 검찰에 유통3법 위반행위를 검찰에 고발하거나 법원에 중지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8월 출범 후 그간 현행 공정거래 분야의 법 집행 시스템 개선을 논의하던 TF는 우선 부작용이 적은 유통 3법에 대해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TF는 가맹점과 가맹본부, 백화점과 납품업자 등 ‘갑을’ 문제가 심각하고 상대적으로 형사처벌 조항이 많지 않아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전속고발권 때문에 을들의 피해 구제가 지연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상조 위원장 역시 취임 당시 폐지를 약속했다. 반면 재계의 우려는 크다. 불공정거래 근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발권이 남용되면서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TF는 공정거래법에 ‘사인(私人)의 금지 청구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중지명령’을 요구하는 제도다. 지금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은 공정위만 내릴 수 있다.

유통3법 외에 나머지 법에 대해서는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도급법의 경우 위반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어서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도급법의 경우 원사업자가 중소기업이 아닌 경우에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부분 폐지’와 ‘현행 전속고발권 유지’ 의견이 맞서고 있다. 표시광고법도 음해성 고발이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판단이 보류됐다.

또한 TF는 과징금을 현행보다 2배로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법 위반 행위를 통해 거둔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담합의 경우 현행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올리고 불공정거래 행위는 2%에서 4%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3%에서 6%로 조정한다. 우리나라의 담합사건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비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미국(57%)이나 유럽연합(26%)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현행 하도급·가맹·대리점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으로 확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현행 ‘3배 이내’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배상액을 ‘10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내기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의 악의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끼친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이번 발표 내용은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1월까지 TF 논의에 따라 전속고발제의 추가 폐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시간이 촉박해 의원입법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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