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침묵’ 포스터.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일생일대 위기 맞은 임태산으로 분해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가 묻는 영화
좋아서 미칠 수 있는 작업 선택한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장의 사진만으로도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역대 한국 최고 스코어인 1761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의 주인공 이순신 역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이다. 최민식은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런 그가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정지우 감독과 ‘침묵’이라는 영화로 만났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최민식은 세상을 다 가진 남자지만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으로 분해 사건의 실체를 마주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막힘없이 연기한다. 이와 관련해 천지일보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민식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화 ‘침묵’ 최민식.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침묵’의 겉면은 법정드라마지만 사실은 멜로드라마다. 극의 전반부는 부성애를, 후반부는 사랑을 말한다.“‘침묵’은 소중한 것을 잃은 한 남자의 뒤늦은 참회,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아주 상투적이고 원론적이겠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부성애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넘어 회복하는 거죠.”

최민식은 “지금의 태산 그룹을 일으켜 세우기까지 임태산에게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겠느냐. 이 사람에게 가정과 연애는 하나의 옵션이었을 것”이라며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무엇이든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유나(이하늬 분)’가 임태산한테 그런 존재였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껴서 생전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라며 “그런 연인이 죽었고, 사망 사건에 딸이 연관돼 있다. 임태산도 지금까지 이런 문제는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임태산은 자신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약혼녀 유나와 강렬한 사랑을 한다. 실제로 20살 정도의 나이 차가 나는 최민식과 이하늬가 진한 멜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자칫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배우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두 배우의 멜로가 어색하지 않았다는 기자의 말에 최민식은 “이하늬가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 영화 ‘침묵’ 최민식.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그는 “이하늬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이하늬가 나온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첫 촬영 때 너무 잘해주더라. 그때 반성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는 구나’ 싶었다”며 “아무리 연기라지만 시집도 안 간 젊은 처자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하늬는 여자의 본능을 모두 동원해서 복합적인 여자의 깊은 속내를 표현했다. 이하늬가 연기할 만한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눈빛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흔들리는 감정을 깊게 누르는 등 빈틈없는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정지우 감독은 “‘침묵’은 장르가 최민식인 영화”라며 “절정에 다다른 한 배우의 순간들을 여러 번 봤다. 짜릿하고 행복했다”고 극찬했다.

▲ 영화 ‘침묵’ 최민식.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파이란(2001)’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신세계(2013)’ ‘루시(2014)’ ‘대호(2015)’ 등 최민식이 출연한 영화를 보면 겹치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그만큼 그는 매 작품 새로운 옷을 입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는 “변신을 위해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냐는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게 재미있다(웃음). 속된 말로 재미없으면 연기가 안 나와서 의무적으로 한다. 연애에 비유하자면 나중에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울지언정 제대로 된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미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은 거죠. 내가 정말 좋아서 미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영글게 촬영하고 찰진 결과물이 나오면 대중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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