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이 7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를 열어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고 총리를 비롯해 각료 상당수를 교체했다.

이는 김정은(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후계체제를 굳건히 다지는 동시에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경제.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난 4월9일 제12기 2차 회의 때 불참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보인 것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눈길을 끌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새로 기용된 인물들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자신이 전체 수뇌부 인사를 직접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장성택!"..후계구도 견인할듯 =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장성택이다. 작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원에 임명된지 1년2개월만에 국방위 부위원장 자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북한의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정하면서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선임이 "노동당 총비서이시고 국방위원장이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힘주어 강조했다.

북한은 작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을 `공화국 최고 영도자'로 적시하고, 국방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했다.

그후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국방위의 역할이 커질 것은 진작부터 예상돼온 일인데,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돼 그런 관측이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김정은 측근 세력으로 부상한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과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에 대해 장성택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관심거리다.

◇역시 총리는 `희생양? = 내각 수장으로서 화폐개혁 실패로 상처를 입은 김영일을 퇴진시키고 고 김일성 주석의 `심복'이었던 최영림 평양시 당 책임비서를 새 총리로 기용한 것은 `민심 수습'을 정조준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북한은 작년 11월 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직후부터 물가폭등, 생필품 공급 경색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려왔다.

퇴진한 김영일 전 총리가 2월 초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시내 인민반장 수천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과 시장폐쇄의 부작용에 대해 사과한 것이나, 화폐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그 다음달 처형당한 것은 일련의 경제정책 실패가 몰고온 후폭풍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의 책임서기(비서실장)을 세 번이나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영림을 총리로 발탁한 것 자체가 경제 실정으로 불만이 커진 민심을 다독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힘 있는' 총리가 내각을 맡은 만큼 내각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에도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대민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총리 외에도 강능수 노동당 부장(선전선동부장 추정), 김락희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리태남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 전하철 당 중앙위 위원 등의 당 고위 간부들을 내각에 대거 기용된 부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총리와 부총리에 당쪽 인사들이 많이 기용된 배경에는 노동당의 지도 하에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켜 가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부총리 겸직 `전자.기계 부문' 육성할까 = 8명으로 늘어난 부총리 가운데 두 자리를 내각의 조병주 기계공업상과 한광복 전자공업상이 겸직하게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놓고 북한이 앞으로 기계공업과 전자공업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조영철 식료일용공업성 국장이 식료일용공업상으로 직위 승진하고, 실무관료로 추정되는 안정수가 경공업상에 발탁되는 등 테크노트라트의 전면 배치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김정일 위원장의 `말동무'로 전해진 역도 선수 출신의 박명철 국방위 참사가 체육상에 기용된 것도 눈길을 끄는데, 북한 축구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계기로 스포츠를 통한 주민결속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명철이 새로 맡은 `체육성'은 기존의 `체육지도위원회'를 명칭만 바꾼 조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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