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부터 일본, 한국, 중국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떠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사이 일본과 한국, 중국 정상과의 회담을 마쳤다.

논의하는 방식과 강도는 나라별로 조금씩 달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주요 의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무역·통상이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면서도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사업가 본색을 발휘했으며 한국에서도 혈맹을 강조하면서도 끊임없는 무기 세일즈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과 일본에서조차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을 토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돈 폭탄’을 받았다. 우려와 달리 큰 갈등을 빚기보다는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日선 대북공조로 동맹 과시… 中에선 ‘협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사이타마 현 가와고에에 있는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각자 서명한 골프모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아시아 순방 전부터 대대적으로 강조한 만큼 한중일 삼국에서 제1의제로 내세웠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최대의 대북 압박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공감한 상황이다. 즉 북핵 문제 해법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논의를 하기보다는 각 정상과의 동맹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일본에 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이름을 부르며 골프 라운딩을 함께했고 이틀간 네끼나 함께 식사를 했다.

체류시간이 일본과 중국 보다 하루 짧았던 한국에서도 2박 3일 못지 않게 문 대통령과의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각종 회담 사이에도 양국 정상은 청와대 녹지원을 걸으며 ‘친교 산책’을 즐겼으며 기상 악화로 무산되긴 했으나 비무장지대(DMZ)를 함께 방문하려고 했다.

한미 동맹의 강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발전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동시에 말폭탄을 투하거나 군사 옵션을 언급하지 않고 강력한 대북 억지력과 압박 구도를 확인하면서도 대화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33분간에 걸쳐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환담을 마치고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중국에서는 조금 다른 성격의 공조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재확인 및 약속을 받아냈다. 앞서 백악관 측에서 밝힌 대로 시 주석에게 대북 독자제재를 요구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안보리 결의 실천과한반도 비핵화 합의에서 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역문제는 별개… 사업가 본색 드러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경극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도착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란히 앉아 있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삼국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다가도 미국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무역 문제를 거론할 때는 특유의 직접 화법으로 주저 없이 지적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함으로써 일본과 함께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외교적인 성과를 쥐었으며, 다른 손에는 통상 압박과 무기 판매라는 실리를 잡게 됐다. 경제문제에는 일본에도 예외없이 미국 국익을 앞세웠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일본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며 “미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본에 의한 무역 적자로 고생을 해왔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방한 일성으로 “미국 일자리를 만들러 여기에 왔다”고 한 데 이어 기자회견문에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다” “한국 측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시아 순방 전부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토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순방 중 시 주석에게 말그대로 ‘돈 폭탄’을 받았다. 이틀간 미중 양국은 2500억 달러(279조원)가 넘는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이런 규모의 미중 무역협정은 역대 유례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예봉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시 주석은 해외 기업들을 위해 개방적인 사업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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