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1박 2일간 짧고 굵게 마무리 됐다. 일본 전역이 트럼프 대통령을 과할 정도로 환대한 것과는 달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평택 기지를 깜짝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하는 것을 시작으로 짜임새 있는 일정과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개정 압박 수위가 높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청와대가 고가의 핵추진잠수함과 최첨단정찰자산을 구입하기로 합의하는 등 그가 원했던 답을 이미 들었기 때문이었지만 다행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강대국의 심기를 건드려 국익에 도움 될 일이 없기에, 기분 좋게 대하고 실리를 챙기자는 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돌발 상황도 있었다. 청와대 100m 앞까지 집회가 허락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역주행해 청와대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또 국회연설장 앞에서는 트럼프 찬반 단체의 격한 시위로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대 시위자들이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반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면, 한기총 등 보수단체의 격한 트럼프 환영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청와대에서 ‘최고의 예우’를 언급했고, 온 국민이 같은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주목하며 혹여나 국익에 손실을 주는 발언이 나올까 우려반 기대반으로 방한 일정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 와중에 ‘트럼프가 싫다’며 마치 대한민국 국익과 자신은 무관한 듯 격한 반감 표시에 나선 이들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또 마치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듯, 타국 정상 방문에 맞춰 길거리에서 구국기도회를 열고 눈물 콧물 쏟는 이들 역시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키기는 마찬가지였다. 국익을 위해서만큼은 이념을 넘어 하나 되고 절제하는 성숙한 집회 문화를 보고 싶다. 

불미스런 일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문제 삼지 않고,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간 것 같아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 아니라 같은 우리 국민으로 인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게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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