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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세상보기] 트럼프의 방한과 국빈 맞이 - 일본은 못 따라올 격조(格調)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11.09 1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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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 주필 

   
 

11월 7, 8일 이틀 동안은 우리 모두가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다. 두말할 것 없이 한국 전쟁에서 같이 피 흘리며 다진 두 나라의 동맹은 뿌리가 깊으며 특별하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방한은 북핵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현안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하필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자칫 내면에서 끓어오르던 미묘한 갈등이나 불협화음이 정상회담에서 이견으로 노출되면 아무리 특별한 동맹 사이라 하더라도 파국의 불씨가 될 수 있었다. 국민들은 이 점을 걱정했다. 이래서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삭이며 트럼프의 방한과 그의 한국에서의 동정(動靜)을 눈여겨 지켜봤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되고 말았다. 트럼프의 방한은 도리어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돼주었다. 이는 필시 트럼프의 방한과 정상회담을 빈틈없이 준비한 두 나라 정부 관계자들의 사전 조율 덕택이다. 그 덕분에 의외의 성과라 할 만한 외교적 결산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성과라니? 그렇게 말해도 무리가 없는 것은, 기대 반 회의 반의 시각으로 그것을 바라본 일반 국민의 걱정이 기우가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았으며 의기투합해 합의할 것은 합의를 이루고, 할 말은 하고, 묵혀있었던 숙제는 시원하게 풀었다. 묵혀있던 양국의 숙제는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이었으며 정상회담에서 그것을 일거에 해제했다. 북 지도자 김정은에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식이지만 우리에게는 답답하게 묵혀있던 숙제를 시원하게 풀어버린 것이 아닐 수 없다. 그간 한미 간의 미사일 지침은 한국으로 하여금 ‘사거리 800㎞일 때 탄두중량 500㎏’이 넘는 미사일은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금부터는 사거리가 그대로라면 탄두가 1000㎏이든 2000㎏이든 우리가 늘리고 싶은 대로 늘리면 되는 것으로 합의해 놓았다. 이것에 함축된 의미와 메시지는 북에 치명적이다. 북은 핵을 비롯한 주요 군 시설과 군수 공장, 군 지휘소, 심지어 김정은의 궁전 같은 대피소까지도 대부분 지하에 수용하고 은닉(隱匿)해 놓았다. 하지만 이것들이 아무리 땅 속 깊이 있어도 탄두중량이 훨씬 늘어나게 되는 우리 첨단미사일에 견디어 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과 최첨단정찰자산 등 북핵과 도발에 대응키 위해 꼭 필요한 전략자산의 획득 및 구매에 관해 미국과 즉시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절실한 물건인 것을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어치의 미제 무기를 구매하게 될 것’이라며 반겼다. 그는 방한 일성(一聲)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려 왔다’고 했었다. 그러기 위해 그는 ‘미국에 불리하게 체결된 한미 FTA의 재협상과 미국의 무역적자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첨단 무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획득 및 구매 제안은 우리로서는 그에게 줄 것을 준 것이지만 트럼프에게는 반가운 방한 선물이며 소득이었다. FTA의 재협상을 개시하기로 우리와 합의한 것과 방위비 분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한 것 등도 마찬가지이며 그것들 역시 그가 거둔 방한 성과다. 그런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인근에 미국의 3개 항모 전단과 핵잠수함 등의 엄청난 전력이 배치돼있음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이 엄청난 힘이 북에 쓰일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북을 향한 엄중한 경고였다. 그는 한미 양국은 동맹 이상의 관계라면서 한국에 대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를 확대할 것이며 한미동맹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해 북의 도발을 억제할 것임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정도면 동맹으로서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결의는 충분히 천명됐다 할 수 있으며 우리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성과는 미국의 그런 판에 박히고 진부한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따로 있었다. 즉 트럼프가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나라’여서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skipping)’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점, 바로 항간의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불식시킨 점이다. 그렇다고 이 말을 철석같이 믿으면 나이브(naive)한 것이지만 미국이 우리의 우려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사실 자체를 확인한 것만도 의미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트럼프 면전에서 중요한 한마디를 던졌다. 끈질기게 오해가 따라다니는 우리의 이른바 ‘균형외교’에 대해서다. 그 또한 기지회견 자리에서 우리의 ‘균형외교’라는 것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외교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독창성과 설득력을 지닌 한마디였다. 이렇게 해서 양국의 정상은 상대에게 언제 해도 하고 싶었던 말들을 자연스러운 기회를 빌어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 방한을 통해 사뭇 다른 모습 즉 절제되고 신중하며 침착한 새 면모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그렇기도 하지만 트럼프 부부에게 이번 방한이 깊은 인상을 남긴 여행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그가 항상 즐기는 SNS를 통해 ‘청와대 환영식은 어디서도 못 본 최상이었다’며 ‘감사하다’ 했고 평택의 신설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놀라운 군사시설’이라 했다. 한편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청와대의 취타대에 대해 ‘환상적’이라 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아베 수상은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부렸지만 되돌아오는 피드백(feedback)은 실망스러웠다. 그가 트럼프에게 골프대접과 일본의 명품 소 와규(和牛)스테이크를 대접한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으나 트럼프 장녀 이방카에게 굳이 6일이나 지난 생일을 챙겨 잔치를 베풀고 선물을 준 것은 누가 봐도 일본의 ‘극진한 손님대접’ 전통인 ‘오모테나시’도 부끄러워할 과공(過恭)이요 눈살 찌푸리게 하는 비례(非禮)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이 역효과를 내었음인지 미국의 언론들은 ‘아베는 트럼프의 충직한 조수(loyal sidekick)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대충 그런 시큰둥한 반응들을 쏟아내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국빈 맞이는 아전인수가 아니라 진정성과 우아한 격조(格調)로 일관됐으며 자랑거리가 될 만했다. 그것이 물론 한미동맹을 더욱 돈독히 하는 데 기여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고도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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