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보통 10대의 중고생들에게 ‘꿈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학교생활이 끝난 뒤 먼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 입사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을 최고의 선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계획대로 꿈을 이루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많은 이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럭저럭 현재에 만족하고 산다. 

사실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생활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목표보다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일상생활을 열심히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각하지 못했던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하는 중고생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훈련 과정을 더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학생들은 스포츠를 통해서 사회생활 적응에 필요한 자기희생과 신뢰, 공감과 협동, 그리고 관용과 절제 등 여러 인간적인 가치를 배우고 함양할 수 있다. 특히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이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도 규칙을 준수하는 ‘페어플레이’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구한 운동선수들의 미담이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평소 운동하면서 터득한 여러 인간적인 가치를 실천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일 엘지(LG)복지재단은 강원도 춘천 의암호에서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해낸 고교생 수영, 수구 선수 3명에게 ‘엘지 의인상’과 상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일 충주전국체전을 마치고, 의암호 인근에서 훈련을 하던 중 자동차 침몰사고를 목격하고 호수에 뛰어든 뒤 20m를 헤엄쳐 물에 빠진 여성을 진정시킨 다음 침착하게 구조해냈다. 1분여 만에 별다른 부상 없이 구조된 여성은 뒤이어 도착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엘지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엘지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제정됐는데, 이번에 받은 고등학생 3명은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됐다.

강원체고 3학년에 재학중인 김지수, 최태준, 성준용 3명은 동년배의 다른 학생들과 같이 대학진학과 취업문제 등으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평소 헌신적인 봉사 활동과 용기있는 행동을 하라는 코치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배운 대로 실천을 했다고 한다. 김지수 군은 한국체대 수영특기자로 수시입학에 확정된 상태이며, 최태준, 성준용은 현재 대학진학과 취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평소 수영훈련을 많이 해 물에 뛰어드는 것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우리가 수영을 잘 하니까 우리밖에 구조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구조 활동을 하고 나니 우리 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평소 수영 선수로 물에서 훈련을 많이 한 것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학교에서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봉사정신 등의 가치를 터득하지 못했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경우 잘 대처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평소 어떻게 해야만 참다운 인간 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를 지도하고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 일깨워줬다. 

학업 성적에만 매몰돼 ‘학습 기계’가 된 중고생들에게 자신들이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봉사와 희생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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