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미 대통령 트럼프 방한은 발표될 때부터 말이 많았다. 방한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가 한국을 떠난 지금 생각해 볼 점이 많다. 방한이 발표되자마자 오는 목적이 무엇이냐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기 세일즈 아니면 통상 관계의 변화 그것도 아니면 대북압박일 거라고들 했다. 알고 보니 세 가지 모두였다. 하나 더 있다. 한국이 미국에게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나 하는 점을 주입시켜주고 싶어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지켜준 대한민국은 천국이고 자신의 적성국인 북한은 지옥이라고 말하고 싶어 했다. ‘다 미국 덕인 줄 알아라.’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게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들이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대열에 사상 최대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만큼 트럼프에 대한 우려와 염려가 크고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넓게 퍼져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방한기간 동안 경찰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흐름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반면에 트럼프를 반대하는 흐름은 강한 제지를 했다고 한다. 사라졌던 차벽까지 등장시키고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까지 투입시켰다. 명백히 과잉반응이고 기본권 침해다. 

차벽이 무엇인가. 국민과 정부의 소통을 원천차단 하는 인위적인 장벽으로 자리 잡지 않았는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차벽이 완전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불통과 단절을 상징하는 구체제의 음습한 유산을 다시 등장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의 큰 실책이다. 경찰이 언제나 옛날의 경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 아닌가 싶어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차벽을 동원하지 않고도 ‘트럼프 반대를 외치는 대열’과 소통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집회를 불허한 경찰과 달리 법원은 집회를 허용했다. 경찰은 다른 꼼수의 법률을 동원해 법원의 판결을 아주 쉽게 무시해 버렸다. ‘법원 위에 경찰이 있는 나라’가 된 건가?  

트럼프가 한국 국민 가운데 일정한 사람들이 왜 자신의 방한을 반대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차벽으로 차단하면 한국 국민의 의사가 차단된다. 트럼프는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 목소리만 듣고 자신의 행동에 아무 문제가 없고 한국 국민들 대다수가 자신을 환영한다고 착각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한국 국민들이 트럼프의 행동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전쟁이 나도 한반도에서 나고 수천명이 죽더라도 한반도에서 죽는 것이지 미국서 죽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다. 맨날 동맹 동맹하면서 동맹국 국민들은 죽어도 괜찮고 자국만 아닌 동맹국에서는 전쟁이 나도 좋다는 것인가? 이런 말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막말이다. 이번 방한 때 적어도 이 말만큼은 사과했어야 했다. 지인이 들려준 말인데 트럼프가 이 말을 한 날 딸이 전화를 해서 화를 못 참고 펄펄 뛰더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물론 미국 국민들도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동맹국이라면 동맹국 국민들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고 예의를 갖추고 행동에 조심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만약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평화정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면 한국 국민들 반응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 한국전쟁 때 “미군 3만 6천여명이 숨졌고 10여만명이 다쳤다”고 했다. 이역만리 먼 땅에 와서 목숨을 잃은 미군들의 명복을 빈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사망한 미군 수의 50배, 100배에 이르는 규모의 남북한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왜 목숨을 잃었어야 했나? 그건 바로 분단 때문이다. 분단이 되지 않고 통일국가를 이루었다면 전쟁할 이유가 없고 수백만의 사상자가 날 이유가 없고 미군 사상자도 발생할 이유도 없다. 

분단에 책임이 있는 나라들 가운데 가장 큰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 신탁통치를 맨 먼저 제안한 나라도 미국이고 38도선 분단을 소련에게 먼저 제안한 나라도 미국이다. 미국이 8.15 해방이후 점령지 정책을 달리 했으면 한국은 분단을 피할 수 있었다. 소련도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지만 한반도에 개입한 정도로 보면 미국이 훨씬 깊숙이 개입했다. 미국은 분단을 피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었지만 남한을 전리품으로 생각한 나머지 통일 국가 건설을 방해했다. 트럼프는 분단의 책임이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국민과 한민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분단의 평화적인 극복에 협력할 의사를 피력했어야 한다.

많은 한국 국민들이 트럼프가 국회 연설에서 미국이 얼마나 한국전쟁에서 기여했는지에 대해서 강조하지 말고 ‘이산가족의 재회’를 강조하는 감성적인 접근 말고 ‘안전한 한반도’를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두 개로 동강난 한반도를 이어야 할 책임에 대해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를 바랐다. 평화로운 여정을 통한 통일한국을 위해 사심 없이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 오려면 미국이 대북 대결을 멈추고 평화 노선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분단 극복 역시 한반도 평화시스템을 만드는 게 출발점일 수밖에 없다. 대결과 대립은 끝없는 갈등을 유발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비난, 북한에 대한 증오의 자세를 버리고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고 평화통일의 길에 적극 협력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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