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명자(전국향 분)’ ‘순옥(이영숙 분)’ ‘국희(홍성경 분)’이 ‘재엽(정원조 분)’에게 얘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개막 
재독한인 간호사 실제 이야기 다뤄
실존인물 3명과의 대화시간도 마련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파독(派獨)간호사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다룬 연극이 개막을 앞두고 공개됐다.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재엽 연출과 배우 전국향·이영숙·홍성경이 참석했고, 연극의 실제 모델인 재독 간호사 김순임·서의옥·송금희씨가 함께했다.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40년 전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독일로 떠난 ‘명자(전국향 분)’ ‘순옥(이영숙 분)’ ‘국희(홍성경 분)’의 이야기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독일사회에 적응한다. 그리고 이주민 개인의 역사에 대한 논문을 쓰는 유학생 ‘정민(김원정)’을 만나 우정을 쌓는다.

어느 날 독일이 일방적으로 외국인 간호사의 체류허가를 중단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네 사람은 이에 맞서 체류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를 기점으로 이들은 ‘재독한국여성모임’을 만들고 독일 사회와 한국 사회에 끊임없이 재독 여성들의 목소리를 낸다.

연극은 1960년대 독일로 떠났던 간호 여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김재엽 연출은 2015년 베를린에서 체류할 당시 ‘재독여성한인모임’ 회원들을 만났다. 재독여성한인모임 회원들은 박정희 정부 당시 독일로 가고, 현재까지 그곳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다. 김 연출은 이들에게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듣고 그 내용을 압축해 연극에 담았다.

극은 크게 ‘체류권 허가를 위한 서명운동’ ‘5.18 광주민주화항쟁’ ‘베를린 장벽 붕괴’ 세 가지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

극에서 간호사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파독(派獨) 간호사’에서 ‘재독(在獨) 간호사’로 바뀐다. 이들을 부르는 명칭이 바뀌게 되는 시점은 부당한 체류권 박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 이후다. 파(派)는 ‘보내다’ ‘파견하다’의 뜻으로 국가에서 보냈다는 의미가 내포된다. 하지만 당시 독일로 간 여성들의 대부분은 자비로 독일에 갔다. 그래서 서명운동 당시 이들은 “내가 원할 때 돌아갈 것”이라고 외쳤다.

 

▲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실제 재독간호사가 질의응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순임·송금희·서의옥씨. ⓒ천지일보(뉴스천지)

극 중 국희로 분한 배우 홍성경은 “독일 갈 때 경비를 개인이 부담했다고 들었다”며 “일부는 빚을 내서 가기도 할 정도로 정부의 도움은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순임 재독간호사는 “맞다”며 “그래서 파독 간호사보다는 재독 간호사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재독여성들이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연극에 담겼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 1937.7.6~2016.1.25)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렸다. 힌츠페터의 보도를 제일 먼저 접한 사람들은 바로 독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었다.

또 다른 재독간호사 송금희씨는 “힌츠페터가 보도한 광주 사건을 보고 정부에 배반당한 느낌이었다”며 "슬프고 원망스럽고 분노가 솟아올라 재독여성모임에 참여하고 거리로 나와 시위·간담회 등을 하고 포스터를 붙이며 독일과 세계에 이 사실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오는 7일부터 12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특히 오는 12일 오후 3시 공연 이후에는 실제 재독간호여성 3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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