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자 바리스타는 인생 2막을 도전하며 활력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윤 바리스타가 손님에게 직접 만든 커피를 건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르신 바리스타’ 실버카페 일구며 인생 2막 도전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회사에서 멀지만 맛도 있고 저렴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어머니 생각도 나고 발길이 끌려서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압구정노인센터 1층 ‘다(茶)사랑 카페’. 이곳엔 기존 커피전문점에는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어르신 바리스타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 카페는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개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보니 인근 직장인과 주민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단골도 제법 늘고 있다.

다사랑 카페 직원인 윤정자(63, 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는 “인스턴트커피가 아니라 할머니의 정이 들어간 커피”라며 “이제 카라멜 마끼야또는 눈 감고도 잘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집에서 얌전히 살림 잘하는 것이 여자의 최고 덕목인 줄만 알고 살았어요.”육십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윤 씨는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는 “내 손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할 줄 몰랐다”며 “큰 액수는 아니지만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을 때의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감격했다.

윤 씨는 “처음엔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직접 도전해 보니까 스스로 자심감도 생기고 밝아졌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주변 사람들도 활기차고 씩씩해졌다고 좋아한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특히 “딸들도 ‘커피전문점 하나 차리자’며 힘을 북돋아줬다”며 “다른 분들도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어떤 일이든 시작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사랑 카페 직원은 60~70대 어르신들로, 모두 전문교육기관에서 바리스타 직무교육은 물론 예절·친절 교육도 이수했다.

장현진(압구정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처음 교육 받으실 때는 기계를 다루거나 농도와 맛 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셨다”며 “적응을 하시고 나니까 손님 대하는 방법도 터득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씨는 “어르신들은 젊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젊어진다며 좋아하시고, 젊은 손님들은 (어르신들이) 친정 엄마 같다고 한다”며 “서로 다른 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최근 노후 생활안정을 위해 재취업을 꿈꾸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실버카페’는 ‘노인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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