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매년 10월~11월이면 학교가 분주해지고 교사들은 예민해진다. 지난 2010년 학생·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교원능력개발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선생님 평가 점수 잘 줄게요. 선생님 점수 잘 줬어요! 선생님 곧 교원평가네요?”라고 웃으며 하는 말을 들으며 교사들은 자괴감에 빠진다.

교원능력개발 평가는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와 동료 교원 평가로 나뉜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이 가르친 교사를 평가하고,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자식을 가르친 교사를 평가한다. 동료 교원 평가는 동일 교과나 유사 교과끼리 묶어 상호간에 평가를 한다. 평가 결과는 교장, 교감과 본인만 알 수 있다.

교원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인 교사들은 ‘우수교원’으로 선정되고 4.5~2.5점인 교사들은 ‘일반교원’으로 분류돼 각 분야의 직무연수를 15시간 이상 받는다. 2.5점 미만인 교사들은 ‘지원필요 교원’으로 분류, 60시간에서 6개월 이상의 능력향상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전교조가 1만 6천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사 10명 중 9명이 교원능력개발 평가 폐지를 원하고, 98%가 ‘교원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97%가 ‘교원의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 시킨다’, 97%가 ‘교원의 사기를 저하 시킨다’, 95%가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하고 96%가 ‘교사·학생·학부모 간 관계를 왜곡한다’며 매우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전교조는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해치며 교원전문성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교사들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교원통제정책”이라고 총평했다.

필자도 퇴직 전 매년 10월이면 교원평가를 받았고 동료교원평가에도 참여했다. 교원평가의 거창한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하지만 교사들에게 적당한 긴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교원평가에서 5점에 가까운 점수-높은 점수를 받은 교사 본인이 넌지시 흘린 말로 짐작-를 받은 교사의 경우 평소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나 담임으로서 역량, 교사 상호 관계 등에서 월등한 교사들이 많아 학생들의 평가가 부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동료교원평가의 경우 상호간에 만점을 주는 게 불문율이어서 신뢰성이나 변별력을 보장하기 힘들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평가가 학부모 평가다. 1년 동안 학부모총회나 공개수업 등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교사를 만난 적이 없던 학부모도 학교의 독촉에 평가에 참여한다. 아이들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만 듣고 평가하니 제대로 평가한다고 볼 수 없다. 학교에서 문제가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감정적으로 평가점수를 낮게 주는 경향도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에게 점수를 많이 주니?”라고 질문하면 “칭찬을 많이 한다. 사탕을 잘 준다. 공부를 못해도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는다. 친절하다”는 이유를 댄다. 수업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평소 나한테 잘해줬는지 아닌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춘다. 교사들도 1학기엔 소신을 갖고 지도하다 2학기부터는 교원평가를 신경 써 인기 관리를 한다. 소신을 갖고 아이들을 이끌고 훈계를 하고 야단을 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다. 교사들끼리도 ‘훈육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의식이 만연돼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을 엄하게 지도하지 않는다. 반에서 노는 아이들이 자주 혼났다고 단합해 낮은 점수를 줘 실력 없고 학생 지도를 못하는 교사로 교장에게 낙인찍히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 잘해 주었던 선생님도 기억에 남지만, 채찍질하며 격려했던 선생님이 더 나를 성장시킨 경우가 많다.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평가는 교원능력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능력 없고 자질 없는 교사의 퇴출 수단도 되지 못하고 있어 교원평가는 형식적이다. 평가는 필요하지만 지금의 형식적인 교원평가는 개선돼야 한다. 과정과 결과, 정량과 정성적 실적을 토대로 한 종합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교원평가를 위해 5년간 약 1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지만 동료교사들은 대부분 서로 만점을 주고, 학부모의 참여는 30%대에 머물고, 학생들은 1개 학급씩 수업을 빼고 컴퓨터실로 데려가 평가 참여율을 높이는 실정이다. 평가에서 2.5점 이하를 받은 능력향상연수 대상 교사는 2013년 608명에서 2016년 295명으로 대폭 줄어 든 현상이 교원평가의 현주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