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한나라에서 월지의 사자로 파견된 장건은 그곳을 찾아가다가 흉노족에 붙잡혀 10년 동안 구속돼 있다가 도망쳐서 월지로 들어갔으나 임무에 실패했다. 사선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로 겨우 귀국한 장건은 미지의 대륙이었던 대원을 비롯해 대월지, 대하, 강거 등 새로운 나라들의 문화와 정치, 경제 등을 무제에게 소상히 밝히고 있었다.

“안식국(파르티아)은 서쪽으로는 조지(시리아), 북으로는 엄채와 여헌이 있습니다. 대하는 대원에서 서남쪽으로 2천리 규수의 남쪽에 위치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성과 집을 만드는 것이 대원의 경우와 같습니다. 정치는 왕 한 사람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게 아니고 각 도성 별로 영주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전투력이 약햐 전쟁은 두려워하지만 그 반면에 상업이 발달돼 있습니다. 서쪽으로 이동해 온 대월지에게 점령당하여 완전히 예속돼 있지만 백여만명의 넉넉한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심 도시는 남시성이라 불리며 교역 시장에서는 온갖 산물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하 동남쪽에 신독국(인도)이 있습니다.”

보고가 길어지자 무제가 잠시 쉬는 동안 한숨 돌린 장건을 계속해서 아뢰었다.

“제가 대하에 있을 무렵 공나라의 죽장과 촉나라의 직물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고장 사람들에게 물으니 그들이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신독국에 있는 시장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독국은 대하에서 동남쪽으로 수천리에 떨어진 곳에 있는 나라로 살고 있는 생활은 대화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습기가 많고 몹시 덥다 합니다. 이 나라는 큰 강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코끼리라는 큰 짐승이 있고 사람들은 이것을 타고 전쟁을 합니다.

소인이 추정하건대 대하는 한나라에서 1만 2천리요, 서남쪽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신독국(인도)은 대하에서 동남쪽으로 수천리 밖에 위치하고 촉나라의 산물이 유통되므로 촉 땅에서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닙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대하로 가는 것을 생각해 보자면 강거의 땅을 지나가는 길도 험할 뿐더러 주민의 환영도 못 받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약간 비켜 북쪽의 길을 택하면 흉노에게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상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하로 가기 위해서는 촉 땅에서 출발하는 것이 거리도 짧고 방해 받을 염려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새로운 장건의 보고는 무제를 자극했다.

“대원이나 대하, 안식 등의 여러 나라는 모두가 나라의 생활 방식이 왕성하고 진귀한 산물도 많으며 농사를 짓는 것도 우리 한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군사력이 약하고 한나라 산물에 대한 욕구는 강하다. 더구나 이런 나라들의 북쪽에 위치하는 대월지나 강거 같은 나라들은 군사력은 강하지만 우리가 물건을 보내어 상대방에게 이익을 준다면 한나라에 굴복시킬 수가 있다. 만약에 한나라가 힘으로서가 아니라 문물을 통해서 이들 여러 나라를 복종시킬 수만 있다면 한나라의 영토는 만 리 밖의 저쪽 끝까지 확대되고 한나라의 언어는 아홉 번이나 통역을 겪으면서 풍속이 다른 민족을 동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나의 덕은 이 세상에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리라.”

무제는 장건의 보고를 다 듣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하여 장건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려 촉의 건위군으로부터 4개의 길로 대하를 향해 밀사를 보냈다.

그 길은 방, 염, 사 및 공과 북이 출발점이었다.

밀사들은 모두 천 리에서 이천 리쯤 나아갔으나 그 가운데서 북쪽으로 나간 자는 저족과 자족에게 길이 막히고 남쪽으로 간 자는 쉬곤, 곤명 일대에서 길이 막혔다.

곤명의 원주민들에게는 족장이 없고 약탈 행위를 생활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한나라 사자들은 무조건 죽임을 당하여 이 길의 개발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서쪽으로 1천리 남짓 떨어진 곳에 코끼리를 이용하는 전월국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이곳에 촉나라의 밀무역상들이 왕래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나라는 이렇게 대하국과의 길을 탐색하는 동안 처음으로 전월국과 마침내 통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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