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서울지방국세청 대강당에서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종교인 과세 설명회’가 열리는 가운데 참석자가 수십명에 그쳐 대강당의 빈자리가 가득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국세청, 개신교 대상으로
과세체계·신고 방법 설명
보수, 국회에 ‘유예’ 압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인 과세 시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등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 물밑 교섭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개신교 보수 단체들을 설득하는 한편 법시행의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종교인들을 상대로 소득 신고방법과 납부 절차를 안내하는 ‘종교인 과세 설명회’를 가졌다. 하지만 참여가 저조하고, 개괄적인 설명에 그쳐 반응이 시원치 않다. 여기에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혼란을 가중하는 종교인 과세를 유예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해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6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주관한 종교인 과세 설명회에는 개신교를 대상으로 열렸다. 설명회에는 고작 60~70여명만 앉아 있어 국세청 대강당 곳곳이 비었다. 종교인 과세를 바라보는 개신교인들의 싸늘한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국세청 봉삼종 법인1팀장은 종교인 과세 체계와 신고 방법 등의 내용을 간추려 설명했다. 봉 팀장은 우선 종교인 소득의 기준에 대한 관련 법령(소득세법 제21조 1항 26호)의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도왔다. 종교인 소득은 ‘종교관련 종사자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이다. 종교인이 종교단체에서 받는 소득으로는 사례비, 보시, 사목활동비 기본용금,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등을 포함한다.

소득 신고 방법은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등으로 선택 가능하다. 봉 팀장은 기타소득(필요경비 최대 80% 인정)과 근로소득(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신청)의 혜택(차이점), 종교단체의 원천징수, 미신고 시 가산세, 외국 종교인 과세 사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마무리했다.

▲ 국세청 봉삼종 법인1팀장이 6일 서울지방국세청 대강당에서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종교인 과세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예시도 없고, 내용 단순 기대에 못 미쳐”

1시간가량의 설명회 후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던 참석자들은 개괄적인 내용에 그쳐,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기도에서 온 한 목회자는 “국세청에서 마련한 자리라서,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소득 신고 방법이나 과세 절차 등 단순한 내용만 이야기를 해서 기대에 못 미쳤다.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문의 사항을 제출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백명을 채울만한 대강당이 텅텅 비어, 개신교인들의 관심 부족과 부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일부에서 종교 활동이 제약받지 않나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종교인들이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수입을 기타소득으로 받는 것이다. 종교 활동의 제약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안내 책자를 국회의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본 뒤 12월 초 만들어서 배포할 예정이다.

◆보수 개신교, 기재부 ‘탁상행정’ 비난

보수 개신교계는 6일 종교인 과세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기획재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전국 17개 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입법 취지와 달리 종교인소득 과세가 아닌 종교 과세로 몰아가 종교계에 상처 주는 기재부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종교인 소득 과세의 문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시행을 1개월여 앞두고 과세와 납세가 전혀 준비가 안 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최초 통과된 건 순수한 종교인 소득 과세이다. 그런데 정부가 종교단체 운영에 관한 비용을 결부해 위법 과세를 하려고 한다”며 “기재부의 이런 행태가 종교계를 무시한 전시행정, 완장행정, 탁상행정이다. 종교 농단을 당장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7대 종교에 제시한 종교별 세부과세 기준안 공개와 종교별 협의 상황에 대한 공개적인 간담회 또는 토론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국회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고, 종교계와 협의 보완해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종교인소득 과세 관련 예산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에 따른 예산으로 약 500억원이 책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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