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피천득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제자들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피천득 선생 탄생 100주년

[천지일보=서영은 기자] 4일 오후 6시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주최로 서울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당일 행사에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문삼석 부이사장, 공동 손광성 부이사장, 이길원 이사장, 고려대학교 김종길 명예교수, 숙명여대 김남조 명예교수가 참석해 인사말 및 축사를 전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세미나에 참석한 김남조(83) 시인은 “사람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운을 떼며 “말을 많이 하더라도 마음속엔 늘 그분의 그리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피 선생은 ‘우리 삶이 슬프다 하더라도 끝까지 슬픈 것은 아니다. 헤어짐은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했다”면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의 축복에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뚜렷한 주제와 핵심을 가지고 전해 주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우창 석좌교수는 ‘피천득 선생의 수필세계’와 관련해 “귀중한 것은 마음의 재산으로 남아 있다. 피 선생님의 작품은 우리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지침서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수필을 집필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천득 선생의 시 세계’에 대해 발표한 서울시립대 권오만 명예교수는 “서정시를 소개하는 선생의 시는 잘 다듬어진 금빛 비늘과 같다”며 “선생의 작품은 다른 시인들의 작품과 특징을 선명하게 구별할 수 없지만, 이 점이 선생의 서정시가 두드러지는 중요한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론적으로 선생의 작품은 서정문학으로 우뚝 서 있다”고 정의했다.

2부 세미나가 끝나고 3부에서는 피천득 선생의 대표작 수필과 시가 낭송됐다. 피 선생이 남긴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는 피 선생이 좋아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나는 잔디를 밟기 좋아한다. 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한다. 나는 빛을 사랑한다. 나는 우리나라 가을 하늘을 사랑한다. 다른 사람이 없는 방 안에서 내 귀에다 귓속말을 하는 서영이 말소리를 좋아한다. 군밤을 외투 호주머니에다 넣고 길을 걸으면서 먹기를 좋아하고, 찰스 강변을 걸으면서 핥던 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나는 신발을 좋아한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 중)

수필의 마지막 대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피천득 선생이 딸 서영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피 선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 선생님은 딸 서영이를 많이 사랑했다’고 알고 있다.

행사 당일 유가족 피수영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과)는 “아들인 저도 많이 사랑해 주셨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의사로서 아버지를 조금 더 살게 하지 못한 것이 제일 죄송하다”며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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