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학교 학생과 신학대학원생,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목회자들이 6일 오전 총신대학교 신관 앞에서 ‘총신 정상화를 위한 시위’와 함께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재판 중인 현 총장 김영우 목사에 사퇴를 촉구하고 총신대 개혁을 촉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총신대가 위기 상황이다. 일부 학생과 교수가 나서서 현 김영우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펼쳐 왔던 기존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학생들은 2학기 나머지 수업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고, 김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에는 교수들뿐만 아니라 소속교단 목회자들까지 가세했다.

거세게 들끓고 있는 ‘총신대 총장 사태’의 중심에는 김영우 총장이 있다.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가 김 총장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10월 25일 정식 재판이 진행되면서 파문이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김 총장의 재판은 이달 22일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김영우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 부총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이중직 논란을 잠재우고 후보선정을 위해 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 목사는 직전 총회장 박무용 목사를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만나 현금 2000만원을 호주머니에 일방적으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목사는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검찰에 배임증재 혐의로 고소했다.

직전 총회장 박 목사의 폭로로 예장합동총회는 발칵 뒤집혔다. 예장합동총회는 총회장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부총회장의 자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김영우 목사의 금권선거 의혹 논란은 총회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회자됐다.

▲ 지난해 11월 총신대 학내에서는 배임증재 등 의혹이 일어난 김영우 총장에 대한 사퇴 촉구 목소리가 거셌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후 올해 초에는 김 목사가 총신대 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채용을 조건으로 지난해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총신대 교수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반복적인 뇌물수수와 총신 사유화 야욕 및 반(反)총회적 행동’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김 목사에게 금품을 전달했음에도 교수로 채용되지 못했다는 양심선언도 담겼다. A박사는 신대원 겸임 교수 채용 조건으로 김 목사가 요구한 1000만원을 법인과 직원 등을 통해 이를 전달했지만 채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김 목사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총신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측은 수차례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하지만 김영우 총장은 부정청탁 의혹을 부인하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의사를 내비쳤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총장은 유인물을 배포하고 자신에 대한 ‘금품 비위’ 의혹이 사법적으로 밝혀지면 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김영우 총장은 지난달 19일에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4대 학생자치회 기관장들과의 좌담회에서도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신대원 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운 것은 없다. 걱정을 주게 된 부분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제가) 말한 것에 대한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임기와 관련해선 길자연 (전) 총장의 남은 임기(2017년 12월 중순)까지만 직무를 수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4년 임기’ 의혹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원론적인 대답에 그쳤다. 김 총장은 “총장은 이사회의 머슴이다. 주인이 하라는 데까지 하고 멈추라면 멈추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 올해 1월에도 총신대 학내에서 김영우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줄지 않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김 총장의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총회와 충청노회는 이미 김 총장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특히 총회는 김 목사가 소속된 충청노회에 모든 공직을 정지시키는 징계를 지시했고, 만약 노회가 이를 치리하지 않을시 충청노회원의 총회 공직을 즉시 정지시키고 노회의 총회총대권을 5년 동안 정지하겠다고 통고했다. 그러나 노회는 한 차례 김 목사에 대한 치리를 거부했고, 지난 7월 열린 노회에서 김 목사에 대한 총회 지시에 따르기로 최종 결의했다.

총신대 사태는 김영우 총장의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신대 신대원생들은 지난 1일 원우회 임시총회를 열고 김영우 총장 퇴진을 요구 집회에 이어 7일부터는 2학기 남은 수업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는 15일 오전 11시 총신대 차기 총장 선출 등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총신대 종합관 2층 세미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회임원회는 26일 총신대 사태 보고회 및 특별기도회를 갖는다. 재단이사회는 정관 변경 등 총신대 사태 관련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 총신대학교 학생과 신학대학원생,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목회자들이 6일 오전 총신대학교 신관 앞에서 ‘총신 정상화를 위한 시위’와 함께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재판 중인 현 총장 김영우 목사에 사퇴를 촉구하고 총신대 개혁을 촉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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