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출처: 연합뉴스)

“현대상사·효성그룹도 거래 내역 확인”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해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개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올해도 대규모 조세회피처 자료를 공개해 관심을 모은다.

ICIJ는 5일(현지시간) 조세회피처로 잘 알려진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Appleby)’의 1950~2016년 기록이 담긴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파일 용량이 1.4테라바이트(TB)에 이르고, 문서는 1340만건 규모에 달했다.

지난해 ‘파나마 페이퍼스’를 입수했던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이번에도 자료를 입수해 ICIJ와 공동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로 불리는 이번 ICIJ의 프로젝트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영국 가디언, BBC방송 등 세계 67개국 언론사 96개사 소속 언론인 382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참여했다.

자료가 나온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Appleby)’는 버뮤다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898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법률회사다.

유출된 자료 분석 결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 트럼프 대선 당시 고액을 후원한 기업가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수석 정치자금모금책 등 각국 정상과 정치인 120여명이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유 재산 1000만 파운드(약 145억원)를 역외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랭커스터 공국(Duchy of Lancaster)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와 버뮤다의 기금에 투자했고 일부는 영국 전자제품·생활용품 체인 브라이트하우스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케이맨 제도에 설립한 ‘WL 로스 그룹’을 통해 조세회피처인 마셜제도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 ‘내비게이터’를 인수했다. 또 그는 이 회사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했으며 막대한 이윤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설립자 폴 싱어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헤지펀드 투자자 로버트 머서 등도 애플비 고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측근이면서 총리의 정치자금 모금책인 스티븐 브론프맨은 케이맨제도에서 조세회피용 펀드를 운용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에 참여했던 뉴스타파는 한국인 중에서는 232명이 애플비 고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세회피처 설립 서류에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은 197명이었다. 또 한국인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법인은 90곳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코스닥 상장기업 등 중견업체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대기업 등도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현대상사는 2006년 버뮤다에 ‘현대 예멘 LNG’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이 회사에 자사가 보유한 예멘 LNG 지분 5.88%를 모두 넘겼다. 현대상사는 이 페이퍼컴퍼니의 지분 48%를 한국가스공사에 넘기는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뉴스타파는 효성그룹이 지난 2006년 케이맨제도에 설립했다가 2015년 돌연 청산한 페이퍼컴퍼니 ‘효성 파워 홀딩스’ 관련 거래 내역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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