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팬레터’ 공식 포스터 (제공: 스토리피)

뮤지컬 ‘팬레터’ 오는 10일 개막
실제와 상상 만난 팩션 뮤지컬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서울에서 활동한 젊은 문인들의 실생활에 현대인의 상상이 더해진 뮤지컬이 개막한다. 뮤지컬 ‘팬레터’가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경성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인 ‘정세훈’은 어느 날 죽은 여류작가 ‘히카루’의 소설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세훈은 유치장에 갇혀있는 ‘이윤’을 찾아가 책의 출간을 중지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윤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며, 히카루의 애인이었던 소설가 ‘김해진’이 남긴 편지를 보여준다. 정세훈은 편지의 내용을 꼭 봐야겠다고 말하며 히카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뮤지컬 ‘팬레터’는 일제강점기 경성에 조직된 문인단체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모던팩션(faction) 뮤지컬이다. 팩션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구인회는 1933년 8월 이종명·김유영·이효석·이무영·유치진·이태준·조용만·김기림·정지용 9인의 주도로 결성되고 경성에서 활동한 문인 단체다. 경성은 서울의 옛 지명이다.

문학평론가 조연현은 구인회에 대해 “1930년대 이후의 민족문학의 주류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며 “근대문학의 성격을 현대문학의 성격으로 전환·발전시킨 점에서 문학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단체는 창단 이후 두번의 회원 변화가 있었다. 이종명·김유영·이효석이 탈퇴하고 박태원·이상·박팔양이 새로 참여했다. 이후 유치진·조용만이 나가고 소설가 김유정과 김환태가 보충돼 항상 9명을 유지했다.

뮤지컬 ‘팬레터’ 제작진은 이 단체에서 영감을 받아 ‘칠인회’라는 문인단체를 만들고 구인회의 실존인물을 극에 등장시킨다. 칠인회의 회원인 ‘김해진’은 소설가 김유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고 ‘이윤’은 이상을, ‘김수남’은 김기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뮤지컬에는 김유정의 소설 ‘생의 반려’와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각면체’, 김기림의 시 ‘세계의 아침’ 등 실제 문학작품을 인용한 대사가 나온다.

뮤지컬은 작년 10월 초연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창작 뮤지컬 올해의 레퍼토리에 선정됐다. 또한 공연 제작사 라이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주최하는 창작뮤지컬 공모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의 최종 선정 작품이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선정 이후 올해 공연에는 홍콩 영화계의 거장 왕가위 감독이 투자제작을 확정했다.

▲ 뮤지컬 ‘팬레터’ 공식 포스터 (제공: 스토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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