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6개월이 된 문재인 정부가 연내 장관 조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마지막 장관 후보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번 주에 진행되지만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홍 후보의 역대급 ‘내로남불’ 행보에 야당은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유 불문하고 연이은 장관 후보자 낙마로 체면을 구긴 문 정부가 박성진 후보 사퇴 38일 만에 고심 끝에 낙점한 후보의 자질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안타깝고 답답하다.

홍 후보자는 고액 증여, 학벌주의 옹호 저술 등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홍 후보자 본인이 부인과 함께 장모로부터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데 이어 홍 후보자 부인과 딸이 장모로부터 19억원 상당의 상가 일부를 증여받았다. 특히 중학생 딸은 8억원이 넘는 지분을 증여받았고, 홍 후보자의 아내에게서 2억 2000만원을 빌려 증여세를 냈다.

문제는 홍 후보자가 평소 ‘부(富)의 대물림’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는 점이다. 거기에 1998년에 쓴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라는 책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소양이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다”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표현은 자질 검증을 넘어 사상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하는 등 재벌에 대한 반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출범 6개월이 되도록 장관 조각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건 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미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낙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 통과가 안 됐는데도 임명을 강행해 ‘인사청문회’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비판 여론이 남아 있다. 또 강 장관 임명 당시 문 대통령이 ‘국민이 지지하는데’라며 강행했다. 그러나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반대했다면 이는 국민이 반대한 것인데 앞뒤 안 맞는 억지주장을 한 것이다.

인사 자질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인사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인사풀이 수첩 안에서 결정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끝없이 있었다. 정권이 바뀌었고, 다른 인사팀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도 왜 앞 정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사논란이 지속되는 것인지, 여전히 사심으로 인사를 선정하는 적폐가 이 정부에서도 지속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