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모든 생물체가 공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생명(生命)’이다. 생명체는 복잡한 체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존을 위한 물질 대사와 에너지 대사를 한다. 그리고 항상성을 지니고 있어 자극에 대해 반응을 하고, 생식과 발생을 통해 번식을 한다. 또한 유전과 진화 과정을 거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적응하는 것도 생물의 특성이다.

영어사전에서 ‘생명’을 의미하는 ‘Life’란 말은 매우 다양하게 정의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의미는 생존하고 있는 생물의 기본적인 특성인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삶’이며, 개인의 목숨을 의미하며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기간을 나타내는 ‘수명(壽命)’이란 의미도 있다. ‘생물(生物)’ 또는 ‘생명체’란 의미는 살아있는 실체인 개체를 이르는 말이며, 생존해 활동하는 것을 나타내는 ‘생활(生活)’로도 정의돼 있다. ‘세상살이’라는 의미는 현존하고 있는 이 세상, 이승 또는 인간사 등의 살아가는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그 외에도 살아온 이야기를 의미하는 ‘전기’ 또는 ‘일대기’란 말도 있고, ‘활기’나 ‘생기’ 등의 의미도 담고 있다.

생로병사로 이어지는 사람의 삶은 생명이 바탕이 되어 존재하며, 지금 이 순간의 삶도 바로 생명과 연관돼 있다. 생명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생명과 함께하는 삶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생명 너머에 존재하는 삶’은 여러 관점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 다 잃은 것이다”라는 말에서처럼 우리 삶에서 건강은 물질적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물질적 가치에 몰입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삶을 개인이나 집단이 추구하는 물질적 또는 비물질적 가치의 총화로 정의할 경우  삶의 질은 개인이 간직하고 있는 경제적, 물질적 또는 생활 여건뿐만 아니라 생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생활의 만족도는 개인의 욕구에 대한 충족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욕심에만 이끌려 살아가는 것이 보람 있는 삶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우리 삶에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지 않고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어떤 원동력을 통해 앞으로 나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너무 미련을 가지거나 현실에 분노하며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되지만 과거의 생활 속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종교가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들이 자의적인 야망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삶의 목표가 뚜렷해지면 열정이 생겨나고, 그 열정이 바로 강력한 삶의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自我)의 가치가 소유의 가치를 넘어설 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막연한 삶에서 벗어나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모두 탄생하는 순간부터 바로 하루에 24시간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삶’과 ‘죽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생명의 변화이며, 삶과 죽음을 연결해주는 다리는 바로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삶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에 대한 만족에는 살아가는 기본적인 목적, 사회 환경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반응, 생활에 필수적인 요구에 대한 적응, 정신적인 안정성, 자기 존중, 긍정적 사고 등 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생활의 만족도는 개인의 욕구와 그에 대한 충족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런 욕구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이 과연 보람 있는 삶이 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탄생을 커다란 축복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삶을 아름답게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에 간직되어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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