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29일 강남역10번출구와 불꽃페미액션 등 14개 여성단체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靑국민청원 ‘낙태죄 폐지’ 23만명 넘겨
현 형법상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 허용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3만건을 돌파했다. 청와대가 이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내놓게 된 상황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지난 9월 30일 등록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청원에 23만 5372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30일동안 20만명이 넘어서는 국민청원에 대해서는 주무부처 장관 내지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통해 책임 있는 답변을 주도록 했다.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청원은 이 청원 외에도 유사한 청원들이 많다.

청원인은 낙태죄 폐지를 청원하며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산 국가이지만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신이 여자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다. 책임을 묻더라도 더 이상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 청원인은 불법 낙태 수술로 인한 의료사고를 막기 위함이라며 자연유산유도제 국내 도입을 요구했다. 현재 119개국에서 자연유산유도제인 ‘미프진’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한다는 청원도 상당하다. 이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며 역으로 낙태를 하지 않을 자유도 주장했다.

▲ 지난 4월 10일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주변의 낙태 권유에도 낙태를 하지 않고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청원인은 “준비되지 않은 출산의 결과가 비극이 되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가설”이라며 “낙태를 할 수 있는 것이 여성의 존엄이 아니라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이 여성의 존엄”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인은 “낙태의 부분적인 합법화가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태아의 인권문제와 여성의 인권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여성의 자유만을 외치는 이기적인 일부의 여성주의자들로 인해 태아의 존엄한 생명이 존엄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형법상 불법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 불법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해준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낙태를 할 수 있는 예외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자보건법에서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본인과 배우자(사실혼 관계 포함)의 동의를 받아 수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법 낙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16만 8700건으로 추산됐다.

한편 최근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낙태죄 폐지 찬성에 대한 여론이 반대 측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3%포인트)에서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51.9%, 낙태죄 유지는 원하는 응답은 36.2%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11.9%였다.

이는 7년 전 조사결과와는 반대의 결과였다. 2010년 2월 리얼미터 조사 때에는 낙태 허용 반대 입장이 53.1%, 허용 입장은 33.6%로 조사됐다.

낙태 찬반 논란에서 여성은 낙태죄 폐지를 원하는 측이 59.9%, 유지는 30.1%로 큰 폭으로 차이가 났다. 그러나 남성은 폐지 43.7%, 유지 42.5%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 지난 9월 28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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