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 전처 추정, 지난달 미라는 후처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지난달 경기도 오산시 공사현장에서 임진왜란 이전인 1500년대에 살다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의 미라가 발굴된 데 이어 바로 옆 무덤에서 그 남편의 전처로 추정되는 여성 미라가 또 나왔다.

조선시대 한 사대부 남성의 전처와 후처가 함께 미라로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서경문화재연구원(원장 장명수)은 경기도 오산시 가장2일반산업단지 공사 예정지 일대를 조사해 지난달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 미라를 발굴한 무덤 옆에서 다른 여성 미라가 안치된 조선시대 회격묘(灰隔墓)를 발굴했다고 6일 밝혔다.

회격묘 안 내관 덮개에는 '儒人00李氏之柩(유인00이씨지구)'라고 쓰인 명정이 발견돼 남편의 관직 품계에 따라 정9품 품계를 받은 부인으로 추정됐다.

명정에서 가문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글자가 남아있지 않았다.
인근에 있는 남편 묘를 확인한 결과 남편의 시신은 관까지 모두 썩어 미라로 보존되지 않았다.

묘 구조와 복식 등으로 미뤄볼 때 미라는 1500년대 조선 전기 여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번 발굴한 미라보다는 20∼30년가량 앞선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미라의 신장은 약 145㎝, 발 길이는 20.5㎝였으며 왜소한 체격이다. 피부가 검게 변했으나 윗니와 아랫니, 콧날, 지문, 손발톱 모양까지 그대로 남아있으며 피부에는 탄력이 있다.

배가 움푹 들어가 있는데 복근이 두껍고 지방층이 있는 상태여서 2002년 발견된 `파평 윤씨 미라'처럼 임신 중 사망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신장, 피부, 머리카락 등 신체 조건과 붉은색, 초록색 등 비단으로 만든 화려한 염습의를 입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미라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조사단은 말했다.

연구원 측은 지난달 30일 김우림 울산박물관추진단장, 김한겸 고려대 교수팀(미라담당), 권영숙 부산대 교수팀(복식담당)과 함께 현장에서 미라가 든 관을 꺼내 고대 구로병원 부검실로 옮겨 조사했다.

미라를 조사한 김한겸 교수는 "보통 미라는 배 부분이 평평하게 가라앉는데 이번 미라는 물결 치듯이 주름져서 배가 가라앉아 임신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MRI(자기공명영상), CT 촬영 등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존상태가 전에 발굴한 미라보다 좋은 데다 젊을 때 사망한 미라여서 연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라 발굴 과정에서는 옆트임이 있는 장저고리, 허리치마 등 금직(錦織) 옷이 유물로 많이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마로 만든 염포나 면 소재 버선 등은 삭아서 자국만 남아 수습하지 못했으나 금직을 사용한 저고리와 치마, 단령, 철릭 등이 여러 벌 수습돼 조선 전기 복식 연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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