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4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정의와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정의와 평화 한반도의 길’ 개최
엘살바도르·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 사례 공유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엘살바도르·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 내전을 경험한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성직자들이 서울에서 ‘평화’를 주제로 공감대를 나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4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정의와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장기적 군부통치와 내전,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온 라틴 아메리카 가톨릭 교회사를 통해 정의 회복과 평화 구현을 위한 실천적 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포럼은 제1회의 ‘삶의 길: 화해와 치유’, 제2회의 ‘나눔의 길: 평화의 실천’, 제3회의 ‘하나됨의 길: 한반도의 미래’ 등 세 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제1회의에서는 멕시코, 브라질, 엘 살바도르 등 라틴 아메리카의 추기경 및 대주교가 나와 군부 억압통치와 내전의 역사를 겪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교회사를 소개했다.

엘살바도르 가톨릭교회의 최초 추기경인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 보좌주교)은 군사독재로 인한 내전 상황에서 평화협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엘살바도르 천주교계는 대화 중재에 나섰고, 이후 1992년 유엔에 의해 멕시코시티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까지 가교 역할을 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교회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대화의 테이블에 앉도록 초대를 해야 한다”며 “다시는 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데, 무력분쟁을 유발하는 원인들을 철저히 제거하는 강한 노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대교구장인 오질루 뻬드루 쉐레 추기경은 1964년부터 1982년까지 군사독재를 경험한 역사를 알렸다. 쉐레 추기경의 발제에 따르면 브라질의 가톨릭계는 초기 여러 주교들이 군부정권에 호감을 가졌다. 그러나 군부정권의 폭력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바꿨다. 브라질 주교회의는 권력남용과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고문, 보복 등을 반대했다.

멕시코 모렐리아 대교구장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는 자신이 지난 2012년부터 펼치고 있는 평화구축사업을 소개했다. 메르로스 대주교의 설명에 따르면 멕시코는 당시 폭력과 조직 범죄와 사회조직의 해체 등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는 본당과 교구, 기관 간 협력을 기본 축으로 기도·교육, 교회와 사회의 연결 전략 마련 및 사회적 대화 촉진, 교구사제의 평생교육, 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 관심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제2회의에서 발제한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인 비센떼 에스페체 질 전 교황청 대사는 아르헨티나-칠레 국경분쟁, 아르헨티나-영국 말비나스 제도(포클랜드 제도) 분쟁, 1976~1983년 군사독재 역사를 언급했다. 그는 이 역사들을 통해 화해, 진실, 행동, 순교, 용서 등의 필요성과 가치를 설명했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4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정의와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열린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콜롬비아 보코다 법과대 학장 겸 총장인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갈린도 전 콜롬비아 헌재소장도 이날 포럼에서 발제했다. 그는 콜롬비아의 마누엘 산토스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 간 진행된 평화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무장혁명군이 50년 이상 폭력, 마약밀매, 테러 행위에 가담한 무장혁명군은 수천명을 죽이고 수백여명의 미성년자를 징집해 폭력에 가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무장혁명군은 수년에 걸쳐 대화를 진행한 끝에 2016년 카르타헤나에서 최종협정에 서명했다.

갈린도 전 콜롬비아 헌재소장은 “대립과 전쟁과 폭력을 방지하거나 종식하고 평화를 보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이 ‘대화’에 대해 “단순하게 협상 테이블을 설치해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시키거나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인내심을 갖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과 관점을 교환해 제도의 틀 안에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립의 이유를 제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반도의 고조되는 위기 상황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한양대학교 홍용표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시적 위협인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편-네편을 구분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못함은 물론 적으로까지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사회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문화의 필요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 관용의 정신을 배우고 민주적 참여 소통을 연습한다면 평화의 문화가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기에 겐트교구 루카스 반 루이 주교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가톨릭교회가 해야 하는 역할로 화합, 여유를 가지되 지치지 않는 것, 사람을 가장 중시할 것, 평화의 마음가짐, 공공의 선을 위한 교육, 세상 깨우기, 봉사하는 교회 등을 살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사회 전체와 정치권, 교회 공동체 전체, 나아가 국가 전체와도 복음의 메시지에 관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참석해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사 32,17)’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염 추기경은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평화가 돼야 한다”며 “평화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다. 지상의 평화는 이간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이는 결국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에게 내리시는 축복의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평화나눔연구소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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