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한국당서 제명 처분
홍준표 “당의 미래 위해 당적 정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자유한국당이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지 7개월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해당행위와 민심을 이탈하게 했다는 사유로 친박(친박근혜)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함께 ‘탈당 권유’ 징계를 받았다.
이날 홍 대표의 제명 결정은 탈당 징계를 통보받은 당원이 열흘 이내에 이의 제기나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위원회의 별도 의결 절차 없이 제명 처분된다는 윤리위 규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흠 최고위원이 박 전 대통령 제명 여부에 대한 최고위 의결 절차를 주장하면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 대표가 하루 동안 숙고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혀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공식화했다 .
이에 따라 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정치적 인연을 맺은 지 20년 만에 절연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치러진 제15대 대선에서 이회창 대선 후보를 도우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인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원내에 진입했다.
2001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당 개혁안을 거부한 것에 반발한 박 전 대통령은 탈당해 미래연합을 창당하기도 했다.
2004년 한나라당에 복귀한 박 전 대통령은 당 대표직을 맡아 당시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몰린 당을 구하는 데 주력했다.
당의 재산을 헌납하고 서울 여의도 공터에 ‘천막당사’를 치는 등 강도 높은 당 쇄신 작업을 단행한 끝에 기사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100석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지만, 4.15총선 결과 121석을 확보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패하면서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전 대통령이 다시 구원투수로 당 전면에 등장한 때는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돌아온 그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2012년 4.11총선을 진두지휘, 과반인 152석을 달성하면서 선거와 여왕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발휘했다.
같은 해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당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대선 후보에 올랐다. 이어 12월 19일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의 딸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서 승승장구하던 박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은 취임 다음 해인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했다.
결정적으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터지면서 그의 정치인생도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해 10월 24일 최순실씨의 국정운영 개입 의혹 정황이 담긴, 최씨 사용 추정 태블릿PC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전국적인 촛불집회의 열기 속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12월 9일 가결됐고, 그의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다. 이어 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을 잃은 채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친박 측은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제명 추진 과정에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