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우리는 보통 미녀의 조건을 겉모습에서 찾는다. 그렇지만 미녀는 ‘속’에서 완성된다. 여기서 잠깐. ‘마음이 예뻐야 미녀’라는 진부한 화두는 잠시 접어두자. 초점은 그것이 아니니까.

미술해부학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저자는 인체 골격의 아름다움과 미녀의 상관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얼굴의 입체감을 좌우하는 부분은 머리와 이마‧볼‧턱과 같은 골격인데 거장들은 독특한 얼굴 표현을 사용해 다양한 미녀들을 그려왔다. 르네상스 시대에 확립된 미술해부학을 통해 화가들은 골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했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에 실제로 이루어졌던 인체 해부는 의사가 아닌 예술가의 손에 의해 먼저 시작됐다. 이런 관점에서 르네상스 시대는 미술사에 큰 광명을 가져다주었다. 이를 방증하듯 르네상스 이전의 종교화나 서적을 살펴보면 대다수 인물은 두툼한 로브 같은 것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르네상스 이전 화가들은 몸의 선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해부학의 첫 문을 연 화가는 누구였을까?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는 평생 동안 30구 이상의 인체를 해부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흥미로운 것은 구도 후지오라는 화가가 제시한 <모나리자>의 골격 상상도이다. <모나리자> 속의 골격을 그대로 드러낸 이 상상도는 머리뼈와 그림 속 얼굴의 대응점을 기호로 잇고 있는데, 이 그림만으로도 다 빈치가 인체에 얼마나 정통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날 미술해부학은 미녀의 조건을 규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저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녀를 결정하는 요소는 ‘코’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미녀는 얼굴 중심에 확고하게 ‘코’가 자리 잡고 있고, 콧부리가 움푹 들어가지 않아 이마에서 코에 걸친 옆얼굴 라인이 아름답다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코를 중심으로 눈과 입의 배치가 매우 균형을 잘 이룬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 가슴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 같은 특징을 지닌 얼굴이 ‘가능성’ 있는 얼굴”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이 잡혀 있는 얼굴은 화장만으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은 매우 신선하다. 이제까지 국내에선 미술해부학을 이처럼 쉽게 풀이한 서적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술해부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명화를 보는 깊이도 더해진다. 미술입문서로도 훌륭하며 혹시 자신이 미인의 골격은 아닐까하는 엉뚱한 질문만으로도 재밌게 읽히는 책이다. 다만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인 골격을 위주로 내용을 풀어간 점은 조금 아쉽다.

미야나가 미치요 지음 / 하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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