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번에 그렇게 많은 후보를 투표하는 경우는 난생 처음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민들이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들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선거였다. 하지만 유권자로서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분별해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가의 고민이 발목을 잡기도 했으리라 본다.

금번 선거가 천안함 사건에 함몰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투표일이 임박해 오면서 서울시를 비롯해 수도권과 각지에서 들려오는 박빙과 초 접전의 판세는 흥미를 유발했고, 국민들을 선거분위기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선거 결과 역시 강렬했다. 한 표라도 더 얻겠다고 최후의 순간까지 지역주민들에게 호소하던 아름다운 모습의 후보자들은 물론, 한 치의 양보 없이 진행된 개표상황 역시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특히 1% 범위 안에서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서울시장 개표상황은 선거의 묘미와 더불어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특이한 선거 분위기와 양상은 여야 후보들의 결과뿐만이 아니다. 북풍 노풍 하듯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상황들에 대해 전혀 요동치 않는 침착한 민심과 그 민심의 중심(重心)은 참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특이했던 점은 북풍 노풍만이 아니라, ‘트위터 열풍’도 있었다.

신(新) 미디어를 동반한 새로운 선거문화가 이번 선거에 자연스레 유입되면서 선거에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부동층과 젊은층의 인식 즉, 그들의 비판적 시민의식 내지 정치의식에 일정부분 종지부를 찍으면서 민주시민으로서 기본권인 참정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는 점은 참으로 괄목할 만하다.

그러한 결과는 자만적인 분석에 도취됐던 대상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대표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후보가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볼 점은 민주주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려 형태의 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또 뉘우치고 개선하려는 오 후보의 자세가 새로운 민주주의 리더의 품격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사실상 패배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의 승리를 받아들이겠다” “서울시를 ‘여소야대’로 만들어 준 유권자의 뜻을 받아들이겠다” “야당 측 의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시정을 펼쳐나가겠다”는 오 후보의 당선소감발표는 새로운 민주문화를 기대하게 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반면에 특정지역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압승이나 다름없는 성과를 거둔 민주 진영의 반응에서 석연찮은 구석을 발견해야 했다.

그것은 금번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야당의 승리로 인정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는 분위기는 참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민들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한 게 결코 아니다. 이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들이 아니라 주민의 뜻을 받들어 주민 내지 국민을 위한 겸손한 리더십을 발휘,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리더와 정당이 되라는 주문이었으니, 승자가 있다면 다만 국민들뿐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금번 선거를 통해 한층 성장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구촌에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두 동강 나 있는 작은 반도국, 전 세계가 경제침체의 늪에서 모두가 헤매는 가운데서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는 나라,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우리는 분명 세계를 리드해갈 수 있는 저력 있는 민족임을 만 천하에 다시 한 번 인식시켜 준 계기가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선거와 또 선거결과를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국민이요 그 국민의 지혜가 이끌어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금번 선거를 통해 우리는 지금 새 시대의 주인공의 자격을 우리 스스로 갖춰가려 애쓰는 민족이요 국민임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도래할 새 시대에 걸맞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몸소 겪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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