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가운데)이 지난 6월 워싱턴 백악관 캐비넷 룸에서 정권 출범 후 첫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웃고 있다. (출처: 뉴시스)

“예의중시 아시아서 실수 막자”
트럼프, 보좌진과 회의 수차례
북한 문제 발언 수위 맞추기도
‘예측불허’ 트럼프에 노심초사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시아 순방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 의례 실수를 막고 북핵 등 핵심 의제에 관한 어조를 조절하기 위해 보좌진과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스 국무장관, 서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등 보도에 따르면 이들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과 대중 무역 문제 등에 대해 해야할 발언을 정리하고 자신들 역시 공식 석상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검토했다.

한 백악관 관료는 트럼프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짧은 회의를 여러 차례 실시했다고 전했다.

또 높은 수준의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외교 의전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인사 방법, 의복 색깔, 명함 교환 예절 등 세부적인 사항도 샅샅이 점검했다.

북한의 도발, 대중 정책 등 핵심 의제를 놓고도 수위를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강경 발언을 내쏟았으나 일부 장관들은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정부 내 외교적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좌진들 사이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한 언행을 고려할 때 자칫 잘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맞추기를 시도하며 눈치보기가 한창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한 백악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잘못 끼어들면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노심초사했다.

앞서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방한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쟁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인 일”이라며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해 일본 정부를 당혹케 만들기도 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아시아 순방 일정이 워낙 빽빽해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 위험이 더욱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그가 언제 깜짝 발언을 할 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그의 이번 순방은 지난 26년간 있었던 역대 미 대통령들의 아시아 순방과 비교할 때 가장 기간이 길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 역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행선지인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짜증을 내며 예측할 수 없는 비외교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대통령 측근들이 우려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의전을 책임진 카프리시아 마셜은 “외교 의례는 상대방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일”이라며 “더 나은 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4일 하와이를 시작으로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5개 국가들을 취임이래 첫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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