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침묵’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정지우·최민식의 재회 ‘성공적’
미스터리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멜로
실체에 다가갈수록 반전의 반전 거듭

빠른 페이스 전개, 지루할 틈 없어
모든 캐릭터 살아 숨 쉬며 어우러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배우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이 쌀쌀한 가을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강렬한 드라마 영화 ‘침묵’으로 돌아왔다.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의 만남은 영화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이다. 영화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큰 기업을 이끄는 회장이자 재력가인 임태산은 “돈이 곧 진심”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부와 명예, 권력 등 모든 성공을 손에 쥔 임태산에겐 인기 있는 가수이자 아름다운 약혼자 ‘유나(이하늬 분)’와 하나뿐인 딸 ‘임미라(이수경 분)’가 있다.

모든 게 완벽히 행복한 그에게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다. 연인 유나가 사망한 것이다. 용의자로 유나와 다퉜던 임태산의 딸 임미라가 지목된다. 임미라는 유나의 사망 당시 만취 상태였고, 술이 깬 후에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 영화 ‘침묵’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모든 정황과 증거가 임미라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태산은 최고의 변호인단을 선임한다. 변호인단은 정신 미약과 음주상태인 점을 고려해 미라의 형량을 줄이고자 하지만 임태산은 임미라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리고 임미라의 결백을 믿는 신출내기 젊은 변호사 ‘최희정(박신혜 분)’을 선임한다.

임미라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던 어느 날 사라진 CCTV 영상을 갖고 있던 유나의 사생팬 ‘김동명(류준열 분)’이 등장한다. 김동명이 손에 쥔 CCTV 영상의 등장으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풀어나간다. 아내의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세밀한 연출을 그려냈던 정지우 감독은 지난해 영화 ‘4등’을 통해 현실과 맞닿은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영화 ‘침묵’을 통해 예측불허의 전개와 섬세한 연출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침묵’은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임태산과 딸, 각자의 확신에 찬 변호사와 검사, 사건의 열쇠를 쥔 목격자 등 인물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눈에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정 감독의 말처럼 관객은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간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이 때문에 러닝타임 125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 영화 ‘침묵’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빠른 페이스로 전개되는 영화는 전반적으로 변호사와 검사, 피의자, 증인 등이 공방을 벌이는 법정 스릴러 형태다. 그렇다고 지루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염소 한 마리가 양 떼를 헤쳐 놓듯 주인공 임태산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으며 틈을 메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을 구구절절 말하지 않으면서도 얽히고설킨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각도로 사건이 조명된다. 이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에게 손뼉을 치고 싶을 정도다.

‘침묵’은 2013년 상영된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페이 싱 감독)’가 원작이다.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 제작사 임승룡 대표는 장르에 상관없이 오랜만에 한 작품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고, 어떤 영화를 할까 논의하던 중 나온 작품이 ‘침묵의 목격자’다.

정 감독과 최민식의 의기투합은 ‘로맨틱’ ‘성공적’이다.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비리 공무원, ‘명량’의 이순신까지 연기력은 물론 흥행력까지 인정받은 최고의 배우 최민식은 영화에서 임태산으로 완벽하게 분한다.

▲ 영화 ‘침묵’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임태산이 두드러지게 보이진 않지만 스크린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가진 최민식은 적당히 어우러져 영화를 이끌어간다. 나이 차를 뛰어넘어 이하늬와 보여주는 멜로는 가슴 찡하며, 아빠를 돈으로 보는 딸을 끌어안는 부성애는 눈물겹다. 또 극에 달한 순간 살짝 보여주는 잠깐의 미소, 표정에서 풍기는 심리가 인상적이다.

연기력과 매력을 겸비한 젊은 피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 등이 최민식과 만나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다만 이야기의 완성도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새엄마가 될 뻔한 유나의 용의자로 몰린 임미라가 감옥에 갇힌 후 평면적으로 변한다. 유나집에 CCTV를 설치할 정도의 사생팬인 김동명은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음에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영화는 미스터리 범죄스릴러의 가면을 쓴 로맨스드라마다. 임태산의 연인,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울컥하게 만든다. ‘침묵’은 오는 2일 개봉.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