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감사 종합감사가 진행 중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각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많이 모여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치공세 속 맹탕 국감 재연
신구 ‘적폐’ 지리멸렬 공방만
대안 없는 국감에 국민 외면
“공수만 바뀌고, 구태 그대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신구 ‘적폐’ 대결을 예고했던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여야 간 정치공세 속에 결정적 한방 없이 흘러온 끝에 31일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맹탕 국감’이 재연됐다는 평이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인 만큼 여야의 기싸움은 시작부터 팽팽했다. 서로 전·현 정부를 겨냥해 적폐를 낱낱이 드러내겠다며 칼을 갈았다.

지난 12일 시작된 국감은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첫 보고 시간 조작 정황이 담긴 문건을 폭로하면서 ‘적폐청산’의 신호탄을 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문화계블랙리스트 파문,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관련 현안을 파고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실정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정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면서, 과거 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과 현 정부를 조준한 ‘新적폐청산’ 대결 프레임 속에 여야의 지리멸렬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이 기간 중 한국당은 지난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640만 달러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각 부처에 ‘적폐청산 TF 구성’ 관련 공문을 내려 보낸 것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감이 정책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여야 공수만 바뀐 정치 공방으로 흐르면서 국민의 관심도 역시 급격히 떨어졌다. 이 와중에 청와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과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등으로 이슈를 주도하는 사이, 국감장에서 ‘창’의 역할을 해야 할 한국당이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보수통합론을 토대로 하는 정계개편론에 휩싸이면서 뒷심을 잃었다.

국감을 총결산하고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막바지 국감도 여야 간 ‘공영방송 장악’ 논란과 한국당의 보이콧 투쟁 속에 파행을 면치 못했다. 결국 국감 내내 새로운 이슈 제기 없이 기존 논란을 중심으로 여야 간 난타전만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여야 공수만 바뀌었을 뿐 과거 국감 행태에서 바뀐 게 없었다. 20일 동안 701개나 되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감을 하다 보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며 “내용면에서도 안보 문제 등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사안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고, 여야가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프레임에 갇히면서 국감이 정치 사안으로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당이나 야당 모두 과거 야당, 여당 하던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여당에 대해 “여당이면 법률과 정책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너무 정치 쪽으로 야당을 몰아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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