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인간은 본래 소박하고 자유로운 세계 속에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길이 있다. 그러나 심지(心知)에 집착할 때, 인간은 세계를 둘로 나눈다. 그리고 자신도 상대적 세계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타인을 상대적 세계 속에 밀어 넣는다. 인간은 불선(不善)하고, 아름답지 않다고 규정된 것들이 정말로 선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중국 사상 전반에 조예가 깊고, 오랜 시간 노자철학을 연구한 왕방웅 교수의 ‘노자, 생명의 철학(老子的哲學)’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은 7080시대의 우리 주변에서 느꼈던 이웃 간의 정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서로를 걱정하고 신뢰하고 위해줬던 배려와 상대에 대한 열정은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시대를 우린 속절없이 살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인간을 지배하고 돈 때문에 살인하고 돈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고 남을 외면하는 배타적 프레임 안에 갇혀있는 모양새다.

최근 용인시 처인구 한 아파트에서 모친 이모씨와 중학교 2학년인 이부(異父) 남동생 전모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같은 날 강원도 평창의 한 도로 졸음쉼터에서 계부 전모씨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 그는 가족을 살해하고 이튿날 바로 뉴질랜드로 도망쳤다. 뉴질랜드에서 체포된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용의자 김씨에 대해 현지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달라는 한국 측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왜 일가족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지만, 돈 때문인지, 새아버지에 대한 불편한 관계 때문이었는지 곧 발표되겠지만 이유가 어떻든 간에 짜놓은 각본에 의해 저질러진 자신의 가족에 대한 계획적 살인으로 공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장인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지 약 10시간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고 아직 구체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나 범행 전 스마트폰으로 가스총 같은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나 미리 계획한 범죄가 아닌지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송선미 남편인 영화미술감독 고씨 역시 서울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송선미의 남편 고씨는 외사촌 곽씨와 재일교포 재력가인 외할아버지의 680억대 재산을 둘러싸고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곽씨가 청부살인을 위해 섭외한 조씨는 ‘조선족 청부살인’ 등 다양한 살해 방법을 알아보다가 “재산권 분쟁에 유리한 정보를 주겠다”며 송선미의 남편 고씨를 법무법인 사무실로 불러내 칼로 찔러 살해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싸이코패스 이영학은 자신의 딸의 친구를 살해했다. 딸 역시 친구를 집으로 불러 수면제를 권하고 이영학을 도와 시신을 강원도 영월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서울의 40대 여성이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남편에게 발견됐다.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무고한 7살과 11살 남매는 철없는 엄마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같이 변해가는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냉혹하기만 하다. 가정과 사회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이 염려하고 있다.

구멍이 뚫린 우리의 삶과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감정 덩어리다. 우리는 분노와 슬픔, 웃음과 즐거움 등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꾹꾹 누르고 참다보면 절제하지 못한 우발적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서부터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다양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 자신과 타인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존중해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타인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생명존중 교육활동과 커리큘럼 운영, 체계적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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