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형법 ‘낙태, 1년 이하 징역·벌금’
“원치 않는 출산은 비극적인 일”

“생명경시 풍조 만연하게 될 것”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진 ‘낙태죄 폐지’ 청원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낙태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거세다. 낙태를 찬성하는 측은 경제적인 이유 등 원치 않는 출산을 우려하는 반면 반대 측은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3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는 이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총 23만 2740명이 청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게시판의 글쓴이는 청원 글에서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아이를 키우기 힘든 이 나라에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과연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암암리에 낙태 수술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의료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가 있겠냐”며 “낙태죄를 만들고 낙태약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 나라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낙태죄)를 살펴보면,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제270조 1항에서는 임산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조산사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따르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해 임신되는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 지속으로 산모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중절(낙태)을 허용한다.

이에 대해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경우도 있기에 낙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 청와대 청원 게시판. (출처: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쳐)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나라에서는 출산계획을 짜서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때 자녀를 낳으려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출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낙태는 산모가 아이를 낳고 버리는 경우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낙태죄가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가 마음대로 ‘낙태해야 할 몸과 낙태해선 안 될 몸’을 규정하고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을 권리도, 낙태 할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측에선 낙태를 합법화할 경우 필요에 따라 태아를 죽이는 생명 경시 풍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은 “5년 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합헌 판결했다”며 “낙태는 생명경시 풍조를 만연시키고 인간관계에 대한 책임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임신했다는 것은 자녀가 생겼다는 뜻이고 낙태한다는 것은 자녀를 거부하는 것이기에 반대한다”며 “인간생명을 소중히 여겨 보호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낙태를 행하는 여성에게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피해를 끼친다”며 “낙태는 자궁 시술이 아니라 자궁 속 아기에 대한 시술이고 (그 아기는) 여성의 몸이 아니라 여성과는 독립된 자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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