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 북한 공작원에 군사기밀 넘긴 혐의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3일 군사기밀을 북한 공작원에게 넘긴 혐의(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등)로 `흑금성' 박모씨와 방위산업체 전 간부 손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부장판사와 황병헌 판사는 이날 오후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박씨와 손씨에 대한 영장을 각각 발부했다.

박씨는 1997년 이른바 `북풍(北風) 사건'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대북 공작원 `흑금성'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며, 이 사건 이후 중국에 체류하면서 대북사업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박씨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재중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고 군에서 사용하는 작전 교리, 야전 교범 등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안 당국은 박씨가 북에 넘긴 군의 교리와 교범에 대대ㆍ중대 등 각급 제대(梯隊)별 운용 및 편성 계획, 작전 활동 등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교리ㆍ교범 유출에 군 관계자가 관여했는지, 보안 점검에 이상은 없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군의 교리와 교범은 일정 급수에 따라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관계자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박씨가 범행할 때 군 관계자와 접촉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공안 당국은 보고 있다.

영관급 장교 출신인 손씨는 2005년 군 통신장비 관련 내용을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하고, 2008년에는 베이징에서 공작원과 통신중계기 사업의 대북 진출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전역 후인 2007년 11월부터 한 방위산업체에 입사해 통신장비 분야를 담당하면서 지난달 퇴직할 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통신장비 설계도 등 기밀문서를 CD에 담아 빼돌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당국은 이들의 활동을 도운 공범이 점조직 형태로 여러 곳에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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