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경영학 박사

 

얼마 전 중소기업사장 한 분이 찾아왔다. 수년 전 제품을 개발한 끝에 창업을 하게 됐다. 초기에 고전은 했지만 이제 매출과 직원도 늘어나 안정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서 고민에 빠졌다.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작년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은 26만명에 달했다. 취업난에도 일할 사람 찾기가 어렵다니 답답한 일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대기업에는 사람이 몰리는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이다. 근로자의 88%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니 사람이 모자랄 수 있으나 최근 사회 이슈인 취업난도 심각하니 아이러니하다.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젊은이의 취업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이 350만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단순 비교하거나 ‘중소기업’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급여는 대기업의 67% 수준이다. 그러나 대기업보다 임금이 높은 중소기업도 많다. 또한 우리가 ‘대기업 신화’에 묻혀 중소기업은 하청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그렇지 않다. 독자기술로 나름 글로벌시장에서 활약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근래에는 유명벤처의 사례를 통해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의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비교적 취업하기가 쉬워 공무원이나 대기업처럼 오랜 입사준비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기업의 수가 많고 다양해서 잘 찾으면 자신의 적성과 전공을 살릴 수 있다. 또한 오래 근무할수록 기업전반의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고 조기에 승진하며 나아가 창업이나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하다. 중소기업의 다양한 업종이나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를 ‘좋다’ ‘나쁘다’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잘 가리고 선택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못지않은 직장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한 취업전문회사의 설문조사결과 올 하반기 취업 선호 기업으로 중소기업이 1위에 올랐다. 구직활동 중인 신입직 구직자의 43.9%가 중소기업을, 다음으로 대기업(32.5%), 공기업(15.1%), 외국계기업(8.5%) 순이었다. 특히 고졸 구직자의 경우는 중소기업 취업선호가 63.0%로 가장 높았으며, 전문대졸 구직자도 55.5%로 높았다. 4년제 대졸 구직자도 중소기업 36.2%로 대기업 36.1%보다 약간 높았다. 이처럼 중소기업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중소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젊은이들과 좋은 기업을 쉽게 연계해야 한다. 취업행사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지만 즉흥적인 이벤트인 경우가 많다. 다수 소형의 행사보다 대규모로 장기간 개최해야 성과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은 개별고용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기업-취업자 연계의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젊은이들이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오로지 기업의 몫이다. 우선 충분한 임금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정상 어렵다면 정부의 지원제도를 이용하길 권한다. 정부의 지원사업은 산업기능요원제도나 청년인턴제, 고용유지 및 고용촉진사업,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 그리고 전문인력채용지원 등 매우 다양하다.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활용한다면 인력확보나 임금부담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근무환경의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젊은이들은 중소기업의 작업장이나 사무실이 삭막해 그야말로 ‘공장 분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 분위기가 싫다고 한다. 왜 ‘중소기업=공장 분위기’일까?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취향이 있다. 음악이나 향기, 색상이나 디자인, 이런 부분에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 기숙사도 잠만 자는 합숙훈련소가 아니라 젊은이의 개성을 가미한 공간으로 꾸미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의 의식주에 그들의 아이디어나 요구를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노동이 아닌 ‘끼’를 발산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직원들의 관계를 돈과 노동의 교환가치를 기준으로 한다면 인력난의 실마리는 풀기 어렵다. 보다 청결하고 친화적인 물리적 환경과 상호 인격적이고 화목하며 따뜻한 인간적 환경이 균형을 이룬다면 대기업과의 차별화도 이룰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면 자신이 성장하고 나중에는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꿈과 도전정신이 있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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