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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고만고만한 것들의 조합을 주변에서 찾아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건축에서는 그 조합의 산물이 흔한 것은 아니다. 고만고만한 것들이 조화된 건축물이 어느 때는 경박해 보이기도, 또 어느 때는 추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상상력을 펼치기에는 건축만한 것이 없다. 햄버거가 건축물이 된다고 상상해보자. 절로 웃음이 삐져나온다.

바다를 향해 팔짱을 끼고 먼 수평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건축물이 되고 바다에서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신기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햄버거는 두 개의 빵 사이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마치 다양한 개성의 건축물을 쌓아놓은 듯도 보이지만 그 자체로 모두 섞어 비벼놓은 하나의 모양새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은 바다를 향해 팔 벌려 손짓하는 햄버거를 닮았다. 아이들만 좋아할 듯도 하지만 배가 고파 찾아드는 발길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싶다. 햄버거 모양의 건축물을 보고 허기가 짙어질 수도 있지만 바라만 보아도 굶주린 이들의 배를 부르게 하고픈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이 햄버거 건축은 푸짐하고 둥근 빵 사이로 진입로가 있다. 2층에 도착하면 3~4개층 높이의 개방된 메인 홀에 매달린 수족관으로 둘러싸여 있다. 거대한 메인 홀을 눈으로 훑으면 두 개의 분리된 매스가 웅장한 수족관으로 이어진다. 마치 햄버거 빵을 연결하는 역할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 연결 통로는 공간을 다양하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종의 배려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돌출 전망대는 두 손을 흔들며 저녁마다 세상에 빛을 쏘는 등대로 사용된다. 이 단순하고 거대한 공간을 모두 구경한 관람객들은 바다쪽으로 뻗은 돌출 소시지로 향해 바다와 더욱 적극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먹음직하게 생긴 이 건물이 배고픈 이들이게는 뜯어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 몰래 건물 한켠을 떼어 입 속에 넣는 중에 신경질적인 건물 관리인과 눈이 마주친다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하!

뉴욕의 바다 초입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처럼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작은 바다, 햄버거 빌딩이 하나쯤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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